강은이 군수실에 불려간 것은 오후 네 시가 조금 넘어 걸려온 전화 한 통 때문이었다.
“문화관광과 이강은 주무관이죠?”
“네, 맞습니다.”
“군수님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올라오세요.”
용건을 묻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강은은 수화기를 든 채 채미를 바라봤다.
“군수님이 저를 찾으신대요.”
“이 주무관을? 왜?”
“모르겠어요. 지금 바로 오래요.”
채미는 요새 강은이 맡은 일을 떠올려봤다. 특별히 군수에게 보고할 만한 것이 없었다.
“무슨 일로 부르는지는 안 물어봤어요?”
“물어보기도 전에 끊었어요.”
“혼자 보내도 되나?”
덕만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다가왔다. 군수실에서 막내 주무관을 직접 찾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덕만은 비서실에 다시 전화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일단 올라가 봐.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모르는 건 확인해보겠다고 해. 괜히 아는 척하지 말고.”
군수실 문 앞에는 비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강은을 안으로 들여보내며 문을 닫았다. 민구는 바카라상 위에 펼쳐진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은은 몰랐지만, 민구는 최근 오 년간 석재가 수행한 사업 자료를 전부 가져오게 했다. 지시를 받은 비서가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신 대표가 걸쳐있는 곳이 영리부터 비영리, 법인, 협회까지 한둘이 아닌데요. 어느 쪽부터 가져올까요?”
그제야 민구는 석재를 너무 오래 풀어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힘으로 여기까지 온 줄 착각할 만큼. 말마따나 석재가 가진 사업체는 하나가 아니었다. 컬쳐씨앤씨를 비롯해 디지털미디어랩, 호해군지역문화연구소 등 대표자와 법인의 형태가 제각각인 업체와 단체가 여럿이었다. 석재는 하나의 사업체를 오래 키우는 대신, 사업의 성격과 지원 자격에 맞춰 새로운 그릇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방법을 처음 알려준 사람이 민구 자신이었다.
컬쳐씨앤씨가 번번이 공모에서 탈락하던 시절, 민구는 가진 것도 없이 신념과 열정만으로 버티는 석재에게서 젊은 날의 자신을 보았다.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제 힘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의 자신을. 그래서 그 가련한 청년을 도와주었다.
“영리업체가 못 들어가는 사업이면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청년기업에 가점이 붙으면 청년 하나 구해다가 대표로 앉힌 다음 법인을 따로 세워. 사업이 끝나면 정리하면 되고.”
민구는 그때 만드는 법을 알려준 그릇들이 이토록 많아질 줄은 차마 몰랐다. 석재에게서 들어오던 돈이 끊기고, 전화도 대여섯 번 걸어야 겨우 한 번 받을 만큼 뜸해지자 민구는 그제야 자신이 버려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배신은 시야를 넓혀준다고 했던가. 민구는 제 빵 기사를 덮을 만한 흠이라도 찾아오라며 비서를 닦달했다. 그렇게 그의 바카라상 위로 올라온 것이 오금도 축제 정산보고서였다.
민구가 손가락으로 서류의 한 부분을 두드렸다.
“이거, 이 주무관이 처리했지?”
강은이 가까이 다가가 확인했다.
“네. 제가 검토했습니다.”
“여기 백만 원, 왜 반환받았지?”
“전원 전문가의 강사비로 지급된 돈인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강사의 전문 경력을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보완을 요청했는데 업체에서 추가 증빙을 제출하는 대신 해당 금액을 자체 부담하겠다고 해서 보조금 백만 원을 반환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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