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는 집무실 바카라상을 쾅 내려치며 소리쳤다.
“그놈의 빵, 빵! 왜 빵 이야기만 도는 거야!”
비서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민구가 소리쳤다.
“해명자료는 냈어?”
“예. 간담회에 제공했다고 밝히고, 참석자 명단하고 영수증 내역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왜 계속 빵 타령이야?”
“해명자료에 빵집 상호가 나가는 바람에······”
비서는 말끝을 흐렸다. 해명자료가 배포된 뒤 빵집 위치를 묻는 전화가 더 늘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날 아침에도 군청 직원 하나가 출근 전에 빵집에 들렀다가 줄이 길어서 그냥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참이었다. 민구가 넥타이를 잡아 느슨하게 풀었다. 그때 얼굴이 사색이 된 비서가 태블릿을 군수 앞으로 내밀었다.
[속보] 김민구 호해군수, 건설업체 C사로부터 매달 이천만 원 상납받아······
민구가 태블릿을 든 채 굳어버렸다. 화면은 흔들리는 CCTV 영상으로 바뀌었다. 영상 속 남자는 누런 종이 쇼핑백을 들고 군청 후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십육 분 뒤, 같은 남자가 빈손으로 건물을 빠져나왔다. 쇼핑백 한쪽에는 낯익은 빵집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앵커가 영상 속 남자의 신원을 설명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재단 소속으로 호해군청에 파견됐던 윤 모씨로 확인됐습니다. 윤 씨는 현재 계약이 만료돼 재단과 군청 어느 쪽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제보자는 윤 씨가 들고 있던 빵 봉투 안에는 현금 이천만 원이 들어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의 말은 자막으로 다시 되풀이되었다. 곧이어 화면에는 얼굴과 목소리가 가려진 건설업체 대표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자재 납품 건은 대금의 6퍼센트를 떼어 현금으로 준비했습니다. 규모가 큰 공사는 중도금이 나올 때마다 이천만 원씩 냈고요. 군수님 쪽에서 지정한 사람이 찾아오면 그 사람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이제와서 군이 일방적으로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저희와 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공정은 다른 업체에 넘기겠다는······”
화면은 거기서 끊겼다. 방송은 다시 빵 봉투를 든 윤 모씨의 영상을 내보냈다. 그것도 빵 봉투를 클로즈업해서.
“이게 뭐야. 또 빵이야?”
민구가 중얼거렸다.
카메라가 꺼진 뒤 건설업체 대표는 옷깃에 달린 마이크를 떼어냈다. 곁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변호사가 다가왔다.
“두 달에서 길어야 반년 정도면 될 겁니다.”
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작업 조끼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밀린 알람을 확인했다.
“그 정도면 됐습니다.”
“회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번 달 안으로 폐업 처리될 겁니다. 처남 이름으로 새 법인도 만들어놨어요.”
변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박 여사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당분간은 어려워도 하도급이나 재하도급을 기다려보라고요. 새 군수가 취임하면 미지급 공사대금부터 정리하고, 남은 공사도 새 법인 쪽으로 붙여주겠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도 공사 이익으로 보전될 거라고 전하시라더군요.”
대표는 더 묻지 않았다. 건설판에서는 공사 하나를 끝낼 때마다 빵에 들어가는 대표들이 허다했다. 산재가 터지거나, 밀린 임금이 문제가 되거나, 뒷돈이 걸리거나. 감옥에 다녀오는 일도, 회사를 폐업하는 일도 그에게는 사업의 실패가 아니었다. 지켜야 할 것은 허울뿐인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남길 몫이지 않은가. 징역조차 그에게는 공정표의 마지막 칸에 가까웠다.
사무실 천장의 형광등은 모조리 꺼져있었고, 블라인드는 끝까지 내려와 있었다.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석재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저걸 왜 들고 갔어?”
“박 여사님이······ 군수실에 갖다 달라고 했습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빵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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