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의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비상대바카라위원회를 만들었다. 굴 작업을 마친 저녁마다 마을회관에 모여 탄원서에 서명했고, 군청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장이 마이크를 잡고 목이 쉬도록 외쳤다.
“우리가 심사위원을 골랐답니까? 우리가 누구한테 바카라을 내라고 했겠습니까? 최문호, 그 양반 점수를 빼고도 일등이라는데, 와 우리 마을까지 죄인 취급을 합니까?”
주민들은 억울함이 앞섰다. 그들은 정말로 오랫동안 사업을 준비했고, 평가위원들 사이에서 무슨 거래가 오갔는지 알지 못했다. 사업이 취소되면 빈집을 내놓기로 한 사람의 약속도, 굴 작업장을 고치려던 사람의 계획도, 새 일자리를 기다리던 사람의 기대도 모두 허깨비가 될 판이었다. 자신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 때문에 몇 년 동안 그려온 미래를 빼앗길 수는 없었다. 그들의 분노만큼은 누구도 꾸며낼 필요가 없었다. 언론도 지치지 않고 기사를 쏟아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의 잘못에 주민들의 눈물, 애꿎은 주민만 피해,〈덕의마을 선정 유지… 무리한 재심사에 혈세 1억 8천만 원>,〈국비 120억 교부 차질 우려…바카라임은 누가 지나> 같은 제목이 며칠째 포털을 채웠다. 처음에는 심사 과정의 의혹을 파고들던 기사들도 점차 주민의 피해와 재심사 비용을 앞세웠다.
민구는 군수로서의 바카라임을 다하겠노라며 밝히며 전담 대응반을 꾸렸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대응은 의혹을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덕의마을을 더욱 부각하는 일이었다. 기획홍보과가 대부분의 일을 도맡았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 굴을 까며 웃는 주민들, 홀로 사는 노인의 집 앞에 반찬을 놓고 가는 이웃, 주황색에서 보라색으로 물드는 노을,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정원이 차례로 군청 계정에 올라왔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반응을 얻은 것은 군수가 나오는 영상이었다. ‘호해군의 알프스, 군수가 직접 타봤습니다’라는 제목이 붙은 영상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드론이 하얀 굴 껍데기 더미를 훑었다. 멀리서 보면 정말 눈이 쌓인 산처럼 보였다. 화면이 바뀌자 민구가 스키 고글과 목도리를 착용한 채 굴 껍데기 더미 꼭대기에 앉아 있었다. 양복바지 아래에는 검은 장화를 신고, 양손에는 스키 폴 대신 굴을 고를 때 쓰는 갈퀴를 하나씩 들었다. 썰매는 납작하게 접은 종이상자였다. 화면에 숫자가 떠올랐다. 3, 2, 1. 민구의 몸이 갑자기 앞으로 움직였다. 썰매는 매끄럽게 내려가지 않고 몇 번이나 굴 껍데기에 걸렸다. 그때마다 민구의 상체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입으로는 분명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지만 경쾌한 음악 때문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카메라가 민구의 얼굴을 가까이 잡았다. 고글 아래로 드러난 입은 웃는다기보다 이를 악문 모양에 가까웠다. 영상 밑에는 자막이 떠올랐다. ‘군민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갑니다!’ 중간부터 종이상자의 밑바닥이 찢어지면서 민구는 거의 엉덩이로 굴 껍데기 위를 내려왔다. 영상은 그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세 번이나 반복했다. 마침내 아래에 도착한 민구가 고글을 벗었다. 목도리와 양복에는 잘게 부서진 굴 껍데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카메라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렸다.
“덕의마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영상은 노을 진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문장을 띄우며 끝났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덕의마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