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의 대기발령은 일주일 만에 해제됐다. 몇 차례 연락해온 언론사에 소명서 일부를 전달한 것도 크게 한몫했다. 기존에 의혹 기사를 냈던 기자는 사과 메일을 보내왔고, 정정보도를 내겠다고 약속할 정도였다. 복귀를 알리는 공문은 강은의 소명서보다 짧았다. 강은이 문화관광과 사무실로 들어서자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들이 하나씩 멈췄다. 복사기 앞에 서 있던 직원은 출력물이 나온 것도 모르고 강은을 바라봤다. 강은은 평소처럼 고개 숙여 인사했다.
“휴가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채미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와. 호해군 최초야. 지금까지 대기발령 받고 일주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사람은 못 봤거든.”
“괜히 철밥통 9급 공무원이겠어요.”
성수는 그동안 서랍에 모아둔 초코 파운드케이크를 한아름 꺼내 강은의 바카라상에 올려놓았다.
“철밥통인 걸 그렇게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 처음 봐요.”
“오늘만 좀 자랑하려고요. 그런데 이건 다 뭐예요?”
“매일 하나씩 모았어요. 돌아오시면 드리려고.”
“주무관니이임!”
강은이 성수에게 감동 어린 눈빛을 보낸 뒤 바카라상 위에 쌓인 초코 파운드 케이크를 살폈다. 어떤 것부터 먹어야 가장 공평할지 고민하던 참에 한수진 계장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복귀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모양이었다. 숨은 가빴고, 단정하게 묶고 다니던 머리는 바람에 풀려 엉망이었다. 수진은 사무실 안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은의 바카라상 앞까지 곧장 걸어왔다.
“그거 저예요!”
강은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수진이 속사포로 말했다.
“기사 속 초장녀가 바로 저라구요!”
강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직원들도 눈이 휘둥그레져 일제히 이쪽을 바라봤다.
“저, 덕의마을 출신이에요. 다들 어렸을 때부터 봐온 동네 어른들이라고요. 장이장 아저씨도, 초장 짜준 은주네 이모도.”
“장이장. 설마 했는데 진짜 이장님 이름이 장이장이에요?”
“아니, 왜 그 부분에서……”
수진의 얼굴에 남아 있던 두려움이 서서히 옅어졌다. 강은은 엉뚱한 곳에서 사람의 기세를 빼는 재주가 있었다. 수진이 긴장이 풀어진 얼굴로 주저하며 말했다.
“…… 겁났어요. 내가 덕의마을 출신이라고까지 밝혀지면 덕의마을 출신 공무원이 자기 고향을 사업 대상지로 밀어줬다고 할 거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냥 어쩌다 마을이 선정되고, 어쩌다 TF에 합류하게 됐고, 그래서 열심히 한 것밖에 없는데…… 그 속에서 내가 감추거나 결정한 건 하나도 없는데……”
울먹이는 수진의 손을 잡으며 강은이 말했다.
“저, 이미 알고 있었어요. 사진 속 여자가 계장님인 거.”
수진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그게 중요할까요?”
강은은 수진에게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번 일의 핵심은 입에 초장을 짜던 여자가 누군지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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