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의마을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굴 산이 여기저기 보였다. 굴 산에서는 비린내를 넘어 악취가 풍겼다. 굴 껍데기는 하얗기보다는 마른 해조류와 먼지를 뒤집어써 까맣게 보였다.
“굴은 까면 구십 퍼센트 이상이 쓰레기래요.”
기성의 말에 강은이 도로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변 양쪽에 돌담처럼 쌓여있는 굴 껍데기는 심지어 도로를 침범하고 있었다. 찬수는 익숙한 얼굴로 굴 더미를 밟고 지나가며 덕의마을 이장을 찾았다. 가는 길에 아주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굴을 까고 있었다. 찬수의 눈짓에 기성이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군청에서 왔습니다.”
그 누구도 기성을 돌아보지 않았다. 기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널브러진 패각과 망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지난번에도 미리 말씀드렸는데요. 심사 당일만이라도 이것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굴을 까던 한 아주머니가 고무장갑도 벗지 않은 채 직원을 올려다보았다.
“이걸 치우면 우리는 어디서 일하라고?”
“심사위원들이 지나가실 때 불편할 수 있잖아요.”
아주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굴 칼을 들었다.
“우리는 요래조래 잘만 지나다니는데?”
강은과 기성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데, 김찬수 계장이 말했다.
“저기 배 들어온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착장 주변은 시끌벅적해졌다. 물때에 맞춰 들어온 배에서 굴을 실은 플라스틱 바구니가 정신없이 쏟아져 나왔다. 현장 설명을 맡기로 한 주민협의체 대표도 장화를 신고 배 위에서 굴 바구니를 내리고 있었다.
“이장님, 거기서 뭐 하십니까?”
찬수가 큰 소리로 물었지만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몇 번을 고함치고 나자 이쪽을 돌아본 이장이 배에서 내려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왔다.
“이장님 오늘 현장 심사 준비차 방문한다고 미리 연락드렸는데.”
“배가 들어왔는데 어쩌것어.”
찬수가 난감한 듯 말했다.
“심사 날은 기억하시죠? 9월 7일요. 이장님, 9월 7일!”
여러 번 반복하면서 말하는 찬수에게 이장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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