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바람 축제 이후에도 호해군에서는 크고 작은 축제가 여럿 열렸다. 처음에는 화면을 건드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자 제법 익숙하게 길을 찾고 공연 시간을 확인했다. 호해군은 변화하는 시류에 맞춰 행사를 운영한 우수 사례로 소개되었고, 다른 지역의 공무원들이 찾아와 키오스크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돌아가기도 했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잇달아 내놓았다. 물 들어오는데 노 젓듯이 디지털미디어랩은 축제장을 넘어 식당과 카페, 전통시장까지 사업을 넓혔다. 호해군에서 가장 유명한 해물돌솥밥집인 정씨네에도 서빙로봇이 들어왔다. 로봇이 테이블 옆에 멈춰 서자 강은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반에서 돌솥을 하나씩 꺼내려는데 주방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손대지 말아요. 무거워!”
아주머니는 얇은 행주 한 장만 손바닥에 덧댄 채 돌솥을 테이블 위에 척척 내려놓았다. 로봇은 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화면에 웃는 얼굴을 띄우고 돌아섰다. 기계 옆면에는 디지털미디어랩의 로고가 붙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강은이 뒤통수에 대고 인사하자 채미가 물었다.
“누구한테 하는 인사예요?”
“둘 다요. 아주머니하고 로봇.”
강은이 마치 비밀을 전하듯 소곤소곤 말했다.
“계장님 그 이야기 아세요? 먼 훗날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지금부터라도 로봇한테, 아니 로봇님께 존댓말 쓰고 예의 있게 대해야 한대요.”
성수가 뜨악한 얼굴로 말했다.
“저, 정말 가능성이 있겠어요. 저도 앞으로 조심해야겠는걸요.”
둘을 번갈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쉰 채미가 말했다.
“그래봤자 방전되면 다 잊을걸요. 어서 먹어요. 점심시간 얼마 안 남았어.”
채미의 말에 강은은 돌솥의 뚜껑을 열었다. 전복과 잘게 썬 문어가 밥 위에 빼곡하게 올라가 있었다. 강은은 밥을 덜어낸 뒤 돌솥에 물을 붓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성수는 반찬으로 나온 갓김치를 밥 위에 얹고 밥술을 크게 떴다. 한참 우물우물 씹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운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봐요.”
무슨 소리냐는 의문 섞인 둘의 표정에 성수가 말했다.
“신 대표요. 세상이 마치 그 사람을 위해 돌아가는 것 같지 않아요? 축제에 키오스크를 들여놓자마자 정부에서 디지털 장비 지원사업을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군청 로비에도 안내 로봇이 들어온다잖아요. 옆 동네 하운시청에는 벌써 로봇이 일 시작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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