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으로 오천 부를 찍겠다고요?”
최문호 교수는 계약서를 내려보다가 안경을 벗었다. 잘못 들었나 싶어 확인하는 표정이었다.
“백 부가 아니라?”
“네, 오천 부요.”
단호한 석재의 말에도 문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석재는 말 대신 계약서를 앞으로 내밀었다. 계약서가 놓인 바카라상 위에는 문호가 지난 십 년 동안 발표한 논문들이 놓여 있었다. 「소멸위기 어촌지역의 생활권 재편 연구」, 「빈집을 활용한 지역 공동체 회복 방안」, 「고령화 어촌의 소득구조 다변화에 관한 고찰」 등 제법 많은 양이었지만 군데군데 인덱스가 붙어있었다. 인덱스를 빤히 바라보던 문호가 양심고백이라도 하듯 말했다.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신생 출판사라고 하시니 걱정이 돼서요. 이런······ 이런 전공서는 안 팔려요. 게다가 요새 학생들도 죄다 PDF로 스캔 떠서 다니기도 하고.”
“저도 압니다.”
석재가 선뜻 인정하자 문호가 얼떨떨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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