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불어라, 섬바람 축제

by채도운

섬바람 축제가 시작되었다. 여러 섬과 육지가 연결되어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호해군이 매년 여는 축제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골목은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변했다. 시장은 전에 없던 활기가 넘쳤다. 상인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가득 사둔 물건들이 빠르게 비워지는 걸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메인 행사가 열리는 광장에는 푸드트럭이 빙 둘러 늘어서 있었다. 공연을 앞둔 팀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리를 지어 돌아다녔다. 풍물패, 크롭티를 입고 힙함을 뽐내는 청소년 댄스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아아, 목을 푸는 합창단도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를 메우고 있는데 여기, 문화관광과 직원들은 입을 떡 벌리고 석재를 바라보았다. 특히 덕만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강은과 채미가 자리로 돌아왔을 때 성수는 어느새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사무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때 덕만의 바카라상 위에 놓인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덕만은 다이어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평소라면 어디에 다녀오겠다느니, 늦게 들어오니까 찾지 말라는 둥 이야기를 남겼지만, 그날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덕만이 돌아온 것은 한참 뒤였다. 직원들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척하면서도 그의 움직임을 살폈다. 자리로 향하던 덕만은 강은의 바카라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강은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곧게 세웠다. 무슨 말이든 들을 준비를 하며 덕만을 올려다보았다. 덕만은 강은의 얼굴과 바카라상 위에 놓인 오금도 축제 정산서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입술이 잠시 벌어지는 듯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혼잣말로 “점심에 먹은게 잘못됐나, 화장실이나 가야겠다”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참 후에나 돌아온 덕만이 한 말은 “신 대표랑 통화했거든. 이번에 군수님하고도 얘기 끝났다고 하더라고. 사람 빠져도 이번 행사는 자기가 바카라임지고 치르겠대. 그러니까 인력 변경 건은 승인해줘”가 끝이었다. 어쩐지 볼일을 덜 끝내고 나온 것처럼 개운하지만 찝찝한 그런 묘한 표정이었다. 덕만 역시 빠진 인력을 어떤 방식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자원봉사자를 더 투입하리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지금, 이게 다 뭐야?”

“키오스크입니다.”

석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며 뒤에 늘어선 검은색 기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이 사람아.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잖나.”

석재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절감된 인건비로 키오스크를 임차했습니다. 키오스크 한 대면 여러 명이 교대로 하던 일을 쉬지 않고 처리할 수 있어요. 저기, 저쪽을 한 번 보세요.”

이미 행사장 안쪽에 배치된 키오스크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화면을 눌러 행사장 안내도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고, 취향에 맞는 섬을 추천해주는 맞춤형 응대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호해군의 갈매기 마스코트를 따라 화면을 두드리던 아이들은 너도나도 해보겠다고 줄을 서고 있었다.

석재는 선미가 전달한 태블릿을 덕만 일행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다국어 전환 기능도 있습니다. 호해군 축제 때마다 반복해서 들어오는 민원이 외국인 관광객을 응대할 사람이 없다는 거였죠? 기존 안내 인력 중에는 외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요. 그렇다고 며칠 짜리 행사를 위해 언어별 통역 인력을 모든 구역에 배치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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