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채미의 손에 들린 크래커

by채도운

컬쳐씨앤씨는 약속된 시간에 맞춰 보완서류를 제출했다. 문제가 되었던 박선자씨 강사비는 컬쳐씨앤씨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하여, 기존에 있던 박선자씨의 계약서 등의 증빙서류들이 빠져 있었다. 보조금을 받은게 아니라면 증명할 필요가 없었다. 사비로 쓰겠다는데 무슨 서류를 요구하겠는가. 그 외의 다른 부분들은 요구한 대로 잘 보완되어 있었다. 아직도 해소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추측되는 모든 의심에 대해 서류를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강은은 여기서 정산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수정된 정산 결과에 따라 컬쳐씨앤씨는 오금도 축제 보조금으로 받아낸 이억 원 가운데 백만 원을 호해군에 반납하기로 했다.

반환에는 생각보다 여러 절차가 필요했는데, 강은이 보조금 반환명령을 기안하면 축제 담당자인 채미의 검토를 거쳐 덕만의 결재를 받아야 했다. 결재가 끝난 뒤에야 컬쳐씨앤씨로 반환 통지서가 발송됐고, 업체가 지정된 군 계좌에 백만 원을 입금하면서 모든 절차가 끝났다. 따라서 결재선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한 번씩 문서를 열어보게 되었다. 그때마다 다들 빼꼼히 고개를 들어서 강은을 쳐다보았지만, 강은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억 원 가운데 백만 원은 전체 사업비의 0.5 퍼센트에 불과한 금액이다. 별문제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던 정산을 신규 주무관 한 사람이 끝까지 붙잡고 늘어진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정도면 그저 신규의 패기로 웃어넘겨야 하는가. 아니면 앞으로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사람들이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컬쳐씨앤씨에서 섬바람 축제 운영인력 수정 명단을 보내왔다. 명단은 메일로 왔는데 문화관광과의 직원들이 참조되어있었다.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니 기존 스물세 명이었던 명단에는 여덟 명만 남아 있었다. 박선자를 비롯한 사람들의 이름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에이, 썅!”

갑작스럽게 사무실에 울리는 욕설에 사람들이 일제히 돌아보았다. 성수였다. 성수는 먹고 있던 과자를 내던지고 강은을 노려봤다. 강은도 깜짝 놀라며 성수를 쳐다봤다. 채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수에게 다가갔다.

“진정해. 나가서 화 좀 식히고 와.”

“진정하게 생겼어요?”

“일단 나가.”

옆 부서에서 달려온 남직원 몇이 성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성수는 끌려 나가면서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소곤거리며 강은을 바라보았다. 채미가 한숨을 내쉬더니 강은에게 나가자고 손짓했다. 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채미는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조그마한 창고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채미는 두 손을 문에 기대고 숨을 돌렸다. 채미의 손에는 아까 성수가 내던진 치즈 크래커 박스가 들려있었다. 채미가 혼잣말로 읊조렸다.

“아씨, 이건 왜 들고 왔지?”

멍하니 채미를 바라보는데 채미가 다시금 냉정한 상사의 표정으로 돌아와 물었다.

“먼저 말해둘게요. 방금 성수 씨가 한 행동은 잘못이에요. 그건 따로 사과받게 할 거예요."

"네."

“상황 파악은 됐어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모르겠어요. 제가 볼 때 컬쳐씨앤씨에서는 오금도 축제에서 문제 된 인력을 이번에 한 번에 뺀 것으로 보이거든요.”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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