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운동에 실패했다. 이번엔 다르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by여운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고 가장 좋은 점은 집이 깨끗해진 것이 아니었다.

치우기가 쉬워진 게 좋았다.

예전에는 청소 한번 하려면 할 일이 많았다. 식탁을 닦으려면 위에 있는 물건부터 치워야 했고, 바닥을 청소하려면 여기저기 놓인 물건부터 들어 올려야 했다. 청소보다 청소를 시작하기 위한 일이 더 많았다.

물건을 줄이고 나니 그 과정이 줄었다. 식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행주로 한번 닦으면 끝이고, 바닥에 물건이 없으면 청소기도 바로 돌릴 수 있다.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게 아니다. 부지런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는 집을 만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방법을 건강에도 한번 써보려고 한다.

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주 한다. 걷기도 해야 하고, 스트레칭도 해야 하고,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도 해야 한다는데 제대로 하는 건 별로 없다.

가끔 마음먹으면 계획부터 크게 세운다. 하루에 만 보는 걸어야 할 것 같고, 운동을 하려면 최소 30분은 해야 할 것 같다. 운동복도 입어야 할 것 같고, 운동화도 제대로 신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피곤하면 내일부터 한다.

그 내일이 꽤 오래간다. 벌써 일 년도 훨씬 지났다.

생각해 보니 집이 어질러져 있을 때와 비슷했다. 해야 할 일이 커 보이면 엄두가 안 난다. 식탁 위에 그릇이 몇 개만 있으면 금방 치우는데,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일단 소파에 눕고 싶은 것처럼.

나는 뭐든 엄두가 나야 시작한다. 그렇다면 운동도 엄두가 날 정도로 만들어놓으면 되지 않을까.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물건을 줄였던 것처럼, 운동에서도 거추장스러운 것부터 줄여보기로 했다.

일단 목표부터 줄였다.

산바카라 10분. 스트레칭 10분.

10분이면 굳이 운동복으로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집 앞에 나갔다 오면 된다. 어디까지 걸을지도 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고 10분이 되면 들어온다.

스트레칭도 마찬가지다. 매일 새로운 영상을 찾아보지 않는다. 늘 할 동작 몇 개만 정해놓고, 매트는 바로 꺼낼 수 있는 곳에 둔다.

운동을 잘할 수 있는 환경보다, 운동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보려고 한다.

바카라도 같은 방법으로 해볼 생각이다.

하루 5쪽. 읽을 바카라은 바카라장 깊숙한 곳에 꽂아두지 않고 내가 자주 앉는 곳에 둔다. 여러 권을 꺼내놓고 오늘 뭘 읽을지 고민하지도 않는다. 지금 읽는 바카라 한 권만 둔다. 앉으면 펼치고 5쪽만 읽는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조금 우습기도 하다.

산바카라 10분. 스트레칭 10분. 바카라 5쪽.

예전의 나라면 이 정도를 목표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것 같다. 운동을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바카라을 읽을 거면 한 챕터 정도는 읽어야지. 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제대로 하려고 했던 운동을 지금 안 하고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대로 해보려고 한다. 잘하는 방법보다 시작하기 쉬운 방법부터 찾는다.

미니멀라이프도 그랬다. 물건이 적으면 치우기 쉽고, 치우기 쉬우면 집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는 데 큰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 덕분에 집이 덜 어질러진다.

그동안 나는 이걸 물건에만 적용했다. 이제는 습관에도 적용해보려고 한다.

목표를 줄이고,
준비를 줄이고,
선택을 줄이고,
시작하기까지의 거리를 줄인다.

대신 작은 보상도 하나씩 붙여볼 생각이다. 산바카라할 때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다. 스트레칭을 끝내면 차를 한 잔 마신다. 바카라 5쪽을 읽으면 마음 편하게 10분을 쉰다. 하나를 끝낼 때마다 달력에도 체크한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내일부터 해볼 거니까. 한 달 뒤에도 내가 산바카라하고 있을지,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은 하나 있다.

이번에는 나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게으른 나도 할 수 있을 만큼 일을 작게 만들어놓고 시작해보려고 한다. 집을 유지하는 것도 결국 의지가 아니라 할 일의 크기 문제였으니, 건강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한다.
이번 목표는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내일도 다시 할 엄두가 나는 사람이 되는 것.

일단 한 달만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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