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시간을 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

by여운

나는 매일 두 시간의 육아시간을 쓴다. 아침에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저녁에는 한 시간 일찍 퇴근한다.

저녁 한 시간은 비교적 마음이 편하다. 오후 다섯 시쯤이면 웬만한 업무가 끝난다. 급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퇴근해도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아침이다.

우리 부서는 오전이 꽤 바쁘다. 내가 출근하기 전에도 전화가 오고 일이 생긴다. 동료들이 바쁘게 일하는 시간에 나는 없다.

육아시간은 내가 몰래 얻어낸 특혜가 아니라 법과 제도가 보장한 시간이다. 나한테도 이 시간이 꼭 필요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온라인 게임생활을 계속하려면 두 시간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상하다.

권리라는 걸 알면서도 미안하다.

처음에는 내가 마음을 고쳐먹으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괜히 눈치 보지 말자. 당당하게 쓰자.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미안해하나.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없는 시간에도 일은 출근한다.

아침 아홉 시에 전화가 왔다고 "담당자가 육아시간이니 한 시간 뒤에 다시 전화해 주세요"라고 모든 일을 미룰 수는 없다. 누군가는 전화를 받고, 급한 일이면 처리해야 한다.

그 사람이 동료다.

그러니 육아시간을 둘러싼 갈등을 단순히 '아이 키우는 사람의 권리'와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의 문제로만 보면 뭔가 빠져 있다.

동료에게도 동료의 하루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고 시간이 남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부모를 돌보고, 누군가는 자기 생활을 꾸린다.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내 일이 아닌 업무를 계속 맡는다면 싫을 수 있다.

그 마음도 이상하지 않다.

반대로 육아시간을 쓰는 사람에게 "동료가 힘드니 조금만 덜 쓰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되면 법으로 만든 제도를 결국 눈치껏 쓰게 된다.

둘 다 이해가 된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왜 이 문제의 해결을 자꾸 두 사람의 배려에 맡기는 걸까.

육아시간을 쓰는 사람에게는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져라"라고 한다. 남은 사람에게는 "아이 키우는 사람이니 이해해 달라"라고 한다.

미안해하고 이해하면 당장은 지나간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똑같은 일이 생긴다.

제도는 시간을 보장했지만, 그 시간에 남는 업무까지 없애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아 관련 제도 개선을 묻는 설문들을 보면, '업무를 대신한 동료에 대한 보상 지원'은 급여 인상 다음으로 자주 꼽히는 항목이다. 제도를 쓰는 사람만 편해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재미있는 사례도 있다.

김해시는 2025년부터 육아·교육지도·모성보호 시간을 쓰는 직원의 업무를 월 8시간 이상 대신하는 공무원에게 월 5만 원의 업무대행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업무를 대신하는 공무원에게 별도 혜택이 없었다고 한다.

월 5만 원이면 충분하냐고 물으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래도 방향은 흥미롭다.

육아하는 사람과 동료 중 누가 더 양보해야 하는지를 따지지 않고, 업무를 대신 맡은 사람의 부담도 제도 안으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수당 하나로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리를 비우는 시간에 맞춰 업무량을 조정할 수도 있고, 일이 몰리는 시간대라면 업무를 다시 나눠볼 수도 있고, 계속 대신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다른 업무를 줄여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한 가지다.

배려가 필요한 제도라면, 배려의 비용까지 개인에게만 맡기지 않는 것.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려고 한다.

출근하면 밀린 일을 먼저 확인한다. 내가 자리를 비우기 전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처리한다. 동료가 대신해준 일이 있으면 고맙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조금 조심하고 싶다.

육아시간을 쓰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만 그 시간을 쓸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두 시간 먼저 가니까 나머지 시간에는 죽도록 일해야지.'

이것도 어딘가 이상하다.

제도를 쓰는 사람이 죄인이 될 필요도 없고, 남아서 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성인이 될 필요도 없다.

나는 내일도 육아시간을 쓸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는 여전히 필요한 시간이니까.

그리고 아침에 내가 없는 동안 일을 받아주는 동료에게 여전히 고마울 것이다. 아마 미안한 마음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그 미안함을 없애는 방법이 내가 육아시간을 포기하는 것이었으면 좋지는 않겠다.

동료가 계속 참는 것도 답은 아닐 것이다.

육아시간을 쓰는 사람은 덜 미안하고, 남아 있는 사람은 덜 억울한 것.

아이를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서로 이해하라고 말하기 전에, 나는 그런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방법부터 조금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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