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엉망이 되면 큰 결심을 한다.
'오늘 싹 다 정리해야지.'
근데 막상 시작하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옷장을 열면 안 입는 옷이 보인다. '이거 버릴까?' 비싸게 샀는데, 살 빼면 입을 수도 있는데,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일단 둔다.
바카라장을 보면 안 읽은 바카라이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읽을 것 같고, 안 읽은 바카라일수록 미래에 읽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다시 둔다.
한 시간쯤 지나면 집은 그대로인데 나만 지친다. 정리를 많이 해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못 버린 채 계속 고민만 해서 지친 거다.
그래서 대청소할 땐 옷장이나 바카라장부터 열면 안 된다. 쓰레기봉투부터 하나 들고, '쓸 수는 있지만 쓰지 않는 물건'부터 찾는다.
쓰레기는 시작일 뿐이다
당연히 진짜 쓰레기부터 버린다. 택배 포장재, 영수증, 전단지, 빈 페트병. 냉장고엔 유통기한 지난 음식, 약서랍엔 사용기한 지난 약.
이런 건 쉽다. 버려야 할 이유가 이미 분명하니까.
문제는 그다음이다. 집을 오래 차지하는 물건 중엔 쓰레기가 아닌 게 훨씬 많다. 멀쩡해서, 그래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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