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지만 우아하고 싶다

by여운

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싶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정성껏 저녁을 차리고,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설거지를 마치는 사람. 식탁 위엔 늘 아무것도 올려두지 않고, 집은 정갈하고 자신도 단정한 사람. 운동도 하고 바카라도 읽고, 자기 관리도 놓치지 않는 사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대략 이런 모습이다.


현실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일단 눕고 싶다. 밥 차리기도 싫고, 씻기도 싫고, 설거지는 더더욱 싫다.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보면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데 시간만 자꾸 흘러간다.


그렇다고 이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 아니다.

'집에만 가면 소파에 드러누워 휴대폰이나 보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도 싫다.

가능하면 집도 잘 관리하고, 아이들도 잘 챙기고, 제 생활도 제법 잘 꾸려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나는 게으른데, 게으르게 보이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다.

문제는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데 있다.


퇴근 후엔 뭐든 하기가 싫다. 특히 할 일이 많으면 그 마음은 더 커진다.

식탁 위에 그릇이 몇 개뿐이면 치울 수 있다. 이어폰을 꽂고 후딱 식기세척기에 넣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릇과 냄비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으면 감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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