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빈 공간을 좋아한다.
집에 물건이 나와 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쓰지 않는 물건은 버리고, 필요 없는 가구도 치운다. 물건이 적어야 청소도 쉽고 집도 금방 정돈된다. 몇 년 동안 미니멀라이프를 하다 보니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을 제법 잘 찾아낸다.
문제는 이 버릇을 온라인 게임에서도 한다는 것이다.
사무실에 조금 여유시간이 생기면 주변을 살핀다. 몇 달째 아무도 쓰지 않는 물건이 보인다. 보이지 않는 안쪽 캐비닛에 어디에 쓰는지 모르는 물건도 있다. 처음에는 혹시 누군가 쓰겠지 싶어 둔다. 몇 달이 지나도 아무도 찾지 않으면 슬슬 거슬린다. 결국 확인해서 치우고 비품을 보기 좋게 정리한다.
집에서 하던 짓을 온라인 게임에서도 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물건이 아닌 시간에는 정반대로 산다.
출근길 50분도 그냥 보내기 아까워 들을 만한 팟캐스트를 찾는다. 점심시간에는 유튜브나 웹툰을 본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바로 휴대폰을 들고 검색한다. 어차피 며칠 뒤면 기억도 못 할 정보인데 궁금한 채로 두질 못한다.
주말이 되면 더 바빠진다.
오늘은 아이들과 어디를 갈지 생각한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도서관이라도 가야 할 것 같다. 집에 있으면 뭘 먹일지 고민하고, 아이가 눈에 들어오면 숙제는 했는지 묻는다.
가만히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정확히는 가만히 있으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의 빈 공간은 그렇게 좋아하면서, 하루의 빈 공간은 어떻게든 채우고 있었다.
복직하고 나서 이런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아이들 저녁을 제법 열심히 차렸다. 국을 끓이고, 고기를 양념하고, 나물도 만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걸 먹이고 싶었으니까.
문제는 아이들이 잘 안 먹었다.
복직하고 나서는 저녁 준비에 쓸 체력이 줄었다. 어느 날은 그냥 스팸을 굽고 계란프라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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