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는 주말이 뭐예요?

by여운

월요일 아침, 아이 없는 온라인 게임동료와 주말 이야기를 하면 가끔 같은 온라인 게임인이 맞나 싶다.

내 옆자리 동료는 아이가 없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주말이면 집에서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놓고 넷플릭스를 본다고 한다. 배고프면 맛있는 걸 시켜 먹고, 배우자와 둘이 뒹굴거리며 쉰다. 듣고 있으면 부럽다. 아주 많이.

내 주말은 전혀 다르다. 아침부터 아이들 학원에 데려다주고, 인라인을 타러 가고, 수영장에도 간다. 주중에 미처 챙기지 못한 준비물과 숙제를 확인한다. 저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뷔페에 가거나 놀이방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 가끔 아이 친구 가족과 만나 밥을 먹고 오락실까지 다녀오면 하루가 끝난다.

월요일에 출근해서 서로 주말 이야기를 하면 더 웃기다.

"주말에 뭐 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집에서 넷플릭스만 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생각이 스친다.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다고?'

나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주말'이 꽤 어려운 일이 됐다.

차이는 평일에도 있다. 일하다가 학교나 학원에서 전화가 올 때가 있다. 준비물을 빠뜨렸거나 일정이 바뀌기도 한다. 휴가를 잡을 때도 내 일정만 보면 안 된다. 아이들 방학과 학원 일정부터 확인한다.

아이 한두 명이 가족에 들어왔을 뿐인데 하루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이 없는 동료의 주말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부럽다. 나도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하루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 보고 싶다. 밥도 하기 싫으면 배달시키고, 아무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 하루를 보내보고 싶다.

반대로 내게만 있는 시간도 있다.
자다가 슬쩍 내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를 안아주는 시간. 지나가다 갑자기 달려와 뽀뽀해 주는 순간. 수영장에서 신나게 놀고 나온 아이 얼굴을 보는 일. 별것 아닌 이야기를 재잘거리는 목소리를 듣는 시간.

아마 동료에게는 동료의 좋은 주말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좋은 주말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의 삶에서 내가 갖지 못한 것만 본다. 나는 동료의 자유시간을 보고, 누군가는 내게 있는 가족의 북적거림을 볼지도 모른다.

나는 조용한 주말을 잃었고, 대신 시끄러운 주말을 얻었다.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은 줄었지만, 누군가를 실컷 안고 뽀뽀할 수 있는 시간은 생겼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 지금의 주말도 사라질 것이다. 학원에 데려다줄 필요도 없어지고, 수영장에 따라오라고 조르지도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에어컨을 켜놓고 하루 종일 넷플릭스를 볼 수 있겠지.

그날이 오면 분명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왠지 그때 이 정신없는 주말을 조금 그리워할 것 같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여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덜 애쓰고, 충분히 누리며. 집과 하루, 마음의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고 평범한 일상에 이미 있는 좋은 것들을 발견합니다.

261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1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