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덥다.
며칠 동안은 선풍기로 버텨봤다. 창문도 열어보고, 샤워도 한 번 더 하고, 얼음물을 마시며 '아직은 괜찮아.' 하고 참았다.
사실 더위보다 무서운 건 전기세였다.
작년 여름 전기요금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 뒤로는 에어컨 리모컨을 잡을 때마다 한 번씩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도저히 안 되겠다. 밤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고, 선풍기 바람은 뜨거운 공기만 휘저을 뿐이었다.
결국 항복했다. 에어컨을 켜기로.
문제는 아이들이었다.
첫째는 자기 방, 둘째도 자기 방에서 잔다. 각자 방에서 자면 에어컨을 세 대나 켜야 한다.
'이건 아니다.'
잠시 고민하다가 침대 매트리스 하나를 안방으로 옮겼다.
오늘부터는 네 식구가 한방에서 자기로 했다.
매트리스를 옮기느라 땀을 한 바가지 흘렸는데, 막상 아이들은 신이 났다.
"캠핑하는 것 같다!"
"오늘은 같이 자는 거야?"
평소에는 각자 방이 좋다던 아이들이 그날만큼은 잠옷을 입고 먼저 안방으로 달려왔다.
불을 끄고 누우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늘 이렇게 잤었다. 작은 몸으로 내 품을 파고들던 아이들. 자는 동안 발로 차고, 이불을 빼앗고, 새벽이면 굴러와 내 베개를 차지하던 시절.
분명 그때는 하루라도 혼자 자고 싶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 다시 네 식구가 한방에 누우니 괜히 웃음이 났다.
물론 현실은 추억과 조금 달랐다. 둘째는 잠꼬대를 하고, 첫째는 자다가 한 바퀴를 돈다. 남편은 뒤척이고, 나는 누가 발로 찼는지 새벽에 몇 번이나 깼다. 수면의 질은 확실히 떨어졌다.
그런데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전기세를 아끼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네 식구가 복작복작 붙어 자는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는 이렇게 자는 것이 당연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각자 방이 생기고, 각자의 생활이 생기면서 함께 자는 일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언젠가는 아이들이 더 커서 친구를 만나고,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독립을 하면 이런 밤도 추억이 되겠지.
그래서 올해 여름은 조금 불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전기세는 조금 아끼고, 추억은 조금 더 쌓고. 가끔은 절약하려고 시작한 일이 돈보다 더 큰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번 여름 에어컨은 한 대만 켜기로 했다. 대신 네 식구의 웃음소리는 오랜만에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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