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명세서를 자세히 보았다.
나는 이번에 항목 하나하나를 읽어봤다. 총액만 확인할 때는 몰랐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숫자 하나에도 의미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식대 16만 원이었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려다가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한 달 근무일을 20일로 잡으면 하루 8천 원이다.
계산이 끝나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회사 근처에서 제일 저렴하게 먹어도 8천 원이다. 조금 괜찮은 메뉴를 먹었다 싶으면 만 원은 금방 넘고, 1만 3천 원 정도도 흔하다. 국밥이 만원 하는 세상이다.
물론 식대가 점심값을 모두 바카라임져야 하는 돈은 아니다. 회사가 밥값을 전부 내줄 의무도 없다. 그런데 하루 단위로 계산해 보니 돈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를 자주 사 마셨다. 복직하면 당연히 그렇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식대를 하루 기준으로 계산하고 나니 커피 한 잔을 집는 손이 망설여졌다.
'이 커피 한 잔이면 오늘 식대의 절반이네.'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회사 탕비실에 있는 맥심 커피가 새삼 반갑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왜 온라인 게임인들이 인스턴트커피를 그렇게 마시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아끼려고 억지로 참는 게 아니었다. 월급을 받아 보니 돈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 거였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하고 지나쳤던 돈이, 이제는 '이 돈이면 점심 한 끼인데.'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월급이 적어서도, 식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돈의 흐름이 체감되어서이다.
월급명세서를 보고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소비가 아니라 시선이었다. 숫자로만 보이던 돈이 어느새 한 끼 식사가 되고, 커피 한 잔이 되고, 내가 일한 시간이 되었다.
식대 16만 원은, 돈의 크기는 금액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내가 들인 시간으로 느끼게 된다는 걸 알게 해 줬다.
월급명세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것 아닌 숫자 하나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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