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에서

내가 아는 너, 네가 아는 너

by여운

오늘 아침, 첫째가 평소보다 한참 일찍 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7시 30분. "이렇게 일찍 가서 뭐 하려고?" 물었더니 학교에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산바카라을 하다가 등교 시간에 맞춰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걱정이 먼저 앞섰다. 결국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고 아이를 따라나섰다.

나는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움직이는 일은 아직도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가 걱정되니 어쩔 수 없었다.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걸었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걷고, 특별한 주제도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MBTI가 인기인가 보다. 아이는 자기 성격이 어떻고, 왜 그런 유형인지 신나게 설명했다.

가만히 듣다가 웃음이 났다.
'우리 아이가 자기 자신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엄마인 내가 보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아이는 스스로를 조심성이 많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새로운 일에 호기심이 훨씬 많은 아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부끄러워하지만, 익숙해지면 누구보다 말이 많다. 작은 실패에는 속상해하지만 금세 다시 일어선다. 아이가 알고 있는 자기 모습은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내가 단점이라고 여기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고, 내가 강점이라고 믿는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는 평생 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가지만, 정작 자기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무 생각 없이 MBTI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나는 그 옆에서 사람은 자기 자신도 온전히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등교 시간이 되었다. 학교 앞에 도착한 아이는 "다녀올게." 한마디를 남기고 친구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문득 생각해 보니 초등학교 1학년 이후 학교 앞까지 데려다준 건 처음인 것 같다.

언제 이렇게 혼자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되었을까. 키는 어느새 내 어깨 가까이 자랐고, 자기 생각도 제법 또렷해졌다. 그런데 뒤돌아 웃는 얼굴은 아직도 어린아이였다.

다 큰 것 같다가도 아직은 품 안의 아이이고, 어린것 같다가도 조금씩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시작됐을 뿐인데, 하루치 생각을 모두 끝낸 기분이었다. 아이와 나란히 걸었던 짧은 산바카라은, 아이를 조금 더 알게 된 시간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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