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엔 장난감이 없다

by여운

아이를 키우면 장난감이 끝없이 늘어난다. 나도 그랬다. 첫째가 어릴 때는 장난감을 많이 샀다. 새 장난감을 사주면 정말 좋아했다. 눈이 반짝였고, 며칠 동안은 그것만 들고 다녔다. 그 모습을 보면 확신했다. 잘 가지고 노네. 오래 쓰겠구나.

하지만 며칠 지나면 흥미가 금방 식었다. 다른 장난감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그래도 버리지 못했다. 나중에 다시 찾을 것 같았다. 잘 가지고 놀았으니 언젠가는 꺼내겠지 싶었다. 그렇게 집 안에는 장난감이 계속 늘어났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안 쓰는 장난감만 잔뜩 쌓여 있었다. 아이는 옛날 장난감을 다시 찾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에 관심을 가졌다. 내 손가락, 웃긴 표정, 화장대 서랍, 주방 그릇, 빨래 개는 자리. 아이는 장난감보다 엄마가 있는 곳을 따라다녔다.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장난감 선물이 더 많아졌다. 선물을 받으면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막상 선물을 뜯어보는 것보다 선물 들고 온 언니 친구들이 뭘 하고 노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자기 장난감보다 언니 손에 있는 물건을 탐냈다. 똑같은 걸 사줘도 “언니 거가 더 예뻐”라고 말했다.

그 모습을 오래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물건 중심으로 놀지 않는다. 관계 중심으로 논다. 장난감이 많다고 놀이가 길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함께 놀 사람, 마음껏 움직일 공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 우리 집은 장난감을 많이 남겨두지 않았다. 인형과 인형집까지 합쳐도 리빙박스 두 개 정도다. 대신 바닥은 조금 비워뒀다.

재미있는 건 아이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장난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쿠션으로 집을 만들고, 인형 몇 개로 역할놀이를 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한참 논다. 아마 마음껏 어지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일 것이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알게 됐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많음’이 아니라 ‘여백’이었다. 장난감 여백, 공간 여백, 시간 여백. 그 빈자리에 놀이가 들어오고 사람이 들어왔다.

혹시 집 안 어딘가에 지난 몇 달 동안 아이 손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장난감이 있다면 조용히 꺼내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 몇 개만 빼고 구석에 쌓아둔 장난감을 줄이면 집은 조금 넓어진다. 정리할 것도 줄고, 치울 것도 줄고, 바닥도 보인다. 그리고 의외로 아이들은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처음엔 못 버리게 하지만 박스에 담아두고 시선에서 없애면 금세 잊어버린다. 나중에 다시 버려도 되냐고 물어보면 머뭇거리다가 결국엔 승낙한다.

아이들은 새 장난감보다 빨리 질린다.

하지만 함께 놀아주는 사람, 웃어주는 얼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간은 오래 찾는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 아이들이 계속 원했던 건 새 장난감이 아니었다.
엄마가, 사람이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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