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흐르는 시간

by여운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다. 미끄럼틀 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계단을 올라간다. 같은 걸 몇 번이나 반복하는데도 지루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주말 오후의 놀이터는 조금 느슨하다. 모래 묻은 운동화들, 벤치 위에 내팽개친 모자, 멀리서 들리는 자전거 벨 소리.

처음 본 아이와 금방 친구가 된다. 이름도 모르면서 같이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참 이상하다. 방금 전까지 혼자 놀던 애들이 어느새 무리를 만든다. 둘째는 그 뒤를 짧은 다리로 열심히 따라간다. 가끔 넘어지고,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다가도 금방 다른 데 정신이 팔린다.

나는 커피를 들고 있지만 거의 마시지 않는다. 놀이터에서는 커피가 자주 식는다. 아이 이름을 몇 번 부르고 나면 금세 미지근해진다. 그래도 괜찮다. 주말의 커피는 원래 그런 것이다.

햇빛이 놀이터 바닥에 길게 내려앉아 있다. 미끄럼틀 손잡이는 조금 뜨거워 보이고, 그네는 바람에 천천히 흔들린다. 아이들은 계속 움직인다. 쉬지 않고 웃고, 뛰고, 소리친다.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보거나 멍하니 아이들을 본다. 가끔 서로 눈이 마주치면 잠깐 웃는다. 같은 주말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처럼.

나는 이런 시간이 조금 이상하다. 분명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마음 한쪽은 조용하다. 아이들은 계속 자라고 있고, 나는 그걸 매주 조금씩 발견한다. 언제는 미끄럼틀이 무섭다고 울더니, 이제는 혼자 거꾸로 올라간다.

첫째가 멀리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든다.
“엄마! 보고 있어?”

나는 손을 흔든다.
“응, 보고 있어.”

아이들은 다시 자기들 세계로 돌아간다.
나는 벤치에 앉아 그 뒷모습을 본다.

주말 오후의 놀이터는 이상하게 느리다.
아이들은 아주 빨리 움직이는데,
시간만 천천히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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