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는 삶

by여운

아침부터 숨이 찬다. 아이를 깨우고, 아침을 준비하고, 등교&등원을 보내고 나면 바로 집안일이 이어진다.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출근한다. 그 사이에 급하게 업무 메시지를 확인한다. 출근을 하든, 집에 있든 다르지 않다. 해야 할 일은 늘 동시에 몰려온다. 겨우 한숨 돌리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뭘 한 걸까. 분명 바빴는데 남는 게 없는 느낌.

주부든, 온라인 게임인이든, 워킹맘이든 하루는 비슷하게 흘러간다. 우선 급한 일부터 처리한다. 아이가 부르면 그게 우선이고, 회사에서 연락이 오면 그게 또 우선이다. 집안일은 미룰 수 없고, 일은 더더욱 미룰 수 없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일은 자꾸 뒤로 밀린다. 건강검진, 나를 위한 시간, 운동,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은 늘 “나중에”로 넘어간다.

이 상태가 바로 터널 안에 들어간 것과 비슷하다. 눈앞에 보이는 출구만 보고 달리는 상태. 지금 해야 하는 일만 보이고, 그 외의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해결’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계속 ‘반응’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던 날이 있었다. 계속 치우고, 계속 정리했는데 다음 날 똑같았다. 나는 집을 정리한 게 아니라, 어질러지는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물건의 위치를 바꾸거나, 흐름을 바꾸는 건 하지 않고 계속 치우기만 하고 있었다. 원인은 그대로 두고 계속 대응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다르지 않다. 업무를 하나 처리하면 또 다른 일이 들어오고, 그걸 해결하면 또 문제가 생긴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병행하다 보면 선택할 시간도 없이 바로 반응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왜 이렇게 바쁜데 그대로지?”라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방향을 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해결한 건 ‘지금의 문제’였고, 남겨둔 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는 걸.

“중요한 일과 급한 일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알고는 있지만, 막상 그 상황에 들어가면 잘 되지 않는다. 급한 일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달린다. 아이를 위해서, 일을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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