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거울 앞에 서서 가방을 고르다가 또 그 가방 앞에서 멈췄다. 결혼 준비할 때 비싸게 주고 산 명품 가방, 몇 번 들지도 못하고 늘 안쪽에 모셔두던 그 가방. “이건 좀… 아깝지." 중얼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아깝긴 뭐가 아까운 걸까. 가방이 닳을까 봐 아까운 걸까, 아니면 내가 들기에 아까운 걸까.
그날은 그냥 동네 시장에 가는 길이었다. 평소 같으면 편한 가방을 들었겠지만 괜히 오기가 생겼다. “그래, 오늘 한번 들어보자.” 명품 가방에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다녀왔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누가 알아보지도 않았고, 가방이 갑자기 빛나지도 않았다. 그냥 가방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가방을 아낀 게 아니라, 처박아두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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