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달무리가 지는 밤, 가위를 드는 남자

by린나이

불면의 도시, 서울.

발광하는 네온사인과 빌딩 숲의 거대한 소음이 닿지 않는 깊은 골목 끝에는 기형적으로 거대한 유리 온실 하나가 숨죽여 엎드려 있다. 간판조차 없는 그곳의 이름은 심야 식물원, '루나(Luna)'.

창백한 노란빛의 달무리가 유리 천장을 뚫고 쏟아져 내리는 온실 내부는, 바깥의 건조한 아스팔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코끝을 훅 찌르는 눅눅한 흙내음, 그리고 묘하게 비릿하면서도 달콤한 부패의 냄새. 사람의 허리춤을 훌쩍 넘는 거대한 양치식물과 기괴하게 비틀린 덩굴들이 달빛을 받아 기묘한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서걱. 서걱.

숨 막히는 정적을 가르는 건 오직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지는 가위질 소리뿐이었다.



달빛이 가장 짙게 고인 온실의 중앙. 짙은 녹색의 앞치마를 두른 남자, 이수가 서 있었다.

서늘할 정도로 투명하고 창백한 피부, 깊이를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눈동자. 아름답다기보다는 한 자루의 잘 벼려진 서늘한 칼날을 연상시키는 사내였다. 그의 소매를 걷어붙인 하얀 팔뚝 위로, 고목의 표면처럼 거칠고 검은 줄기 문신이 핏줄처럼 얽혀 있었다.



"……역겹군."

이수의 얇은 입술 사이로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낡은 전정가위 끝이 향한 곳에는, 어린아이의 머리통만 한 기괴한 붉은 꽃이 흉측한 점액질을 흘리며 박동하고 있었다. 어젯밤, 빚에 쫓기다 온실로 굴러들어 온 한 사내의 ‘절망’을 비료 삼아 피어난 마음 식물이었다.



서걱-!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가위질에 붉은 꽃송이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식물이 잘려 나간 단면에서 기괴한 비명 같은 파찰음이 쉭쉭거렸으나, 이수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 천 년. 그가 달에서 추방당해 이 지긋지긋한 지상의 악몽들을 썰어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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