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의 가시가 누그러졌다고 해서 고통이 소멸한 것은 아니었다.
최지안의 거친 숨소리는 여전히 젖은 모래처럼 바스락거렸고, 목덜미의 찢어진 피부 틈새로는 끈적하고 검푸른 수액이 쉼 없이 배어 나왔다.
"비켜라."
이수가 손에 쥔 전정가위를 가볍게 털어내며 차갑게 내뱉었다. 가윗날에 묻어 있던 검은 점액질이 온실 바닥의 이끼 위로 툭 털어져 내렸다.
"싫어요. 당신한테 이 사람 손대게 둘 순 없어요."
여름은 지안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지안의 체온은 사막의 한밤중처럼 서늘했지만, 여름의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고동만큼은 분명 살아있는 인간의 것이었다. 여름의 단호한 시선이 이수의 서늘한 눈동자와 허공에서 팽팽하게 맞부딪쳤다.
이수의 얇은 입술 끝이 비틀렸다. 비웃음조차 묻어나지 않는, 철저히 무기물적인 냉소였다.
"감상에 젖어 얼토당토않은 영웅놀이라도 하는 모양인데, 착각하지 마. 저건 동정 따위로 사라질 잡초가 아니다. 뿌리가 성대와 식도, 경동맥의 혈관까지 파고들었어. 지금 억지로 도려내지 못하면 저 여자의 살점과 뼈를 흙 삼아 전신을 뚫고 터져 나올 거다."
"그렇다고 살점째 생으로 뜯어내겠다고요? 사람이 죽는다고요!"
"죽으면 죽는 거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이수는 아무렇지 않게 앞치마 주머니에서 검은 리넨 천을 꺼내 가윗날을 닦아냈다.
"고통을 삼키지 못하고 안에서 썩혀 괴물을 잉태한 건 저년 자신이다. 감당 못 할 상처를 끌어안고 자폭하려는 생명체까지 내가 일일이 애도해 줘야 하나? 나는 내 몫의 비료만 거두면 그만이야."
"비료……? 사람 목숨이 당신한테는 고작 화초 거름이에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이수가 낡은 나무 탁자로 걸어가 찻잔을 들었다. 말린 달맞이꽃 잎이 우러난 창백한 찻물이 찻잔 안에서 미세하게 파문을 그렸다. 차를 한 모금 들이켠 이수가 여름을 흘겨보았다.
"하지만 네 그 쓸데없는 오지랖 덕분에 전정의 최적기를 놓쳤다. 억지로 밀어붙였다간 저년의 목이 터져 내가 거둘 악몽의 진액마저 오염되겠지."
이수가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탁.
작은 마찰음이 온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내 정원의 질서를 어지럽힌 대가는 치러야겠지. 나갈 생각 마라."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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