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진출했는데 왜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을까?

컬리

by커머스의 모든 것


커머스 인사이트 Vol.125

2026년 8월 셋째 주



컬리, 미국도 진출했는데
왜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낮을까?



최근 컬리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어요. 영업이익 274억원, 전년 동기 대비 20배나 성장했어요. 6개 분기 연속 흑자에 역대 최대 기록까지 나왔으니 여기까지만 보면 컬리가 드디어 자리를 잡은건가 싶은데, 정작 회사 몸값을 매기는 시장 반응은 그만큼 뜨겁지 않아요.



또한, 컬리는 지난 1년 사이 미국까지 진출했어요. 2025년 여름 평택물류센터에서 미국 고객 100명을 대상으로 역직구몰을 시범 운영하더니, 1년 뒤인 2026년 6월 15일에는 미국 동부 챔버스버그와 서부 털록에 냉동 물류거점까지 정식으로 가동했어요. 하반기 상장 재도전도 공식화했고, 6월에는 AI 솔루션기업 원지랩스까지 완전자회사로 들였고요.



실적은 좋아지고, 해외까지 나가고, 상장 채비도 갖췄는데 왜 몸값은 안 오를까요. 컬리가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대해 살펴볼게요.


※ 오늘은 다루는 내용이 많아서 글이 평소보다 좀 길어요. 읽는 데 15분 정도 걸릴 텐데, 목차 보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으셔도 좋아요.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역대 최대라는 2분기 실적


· 컬리USA, 베타테스트에서 정식 거점 체제로 넘어오며 뭐가 달라졌는지


· 항공 건별발송에서 해상 대량수입 구조로 왜 지금 바꿨는지


· 원지랩스 인수 시점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


· 쿠팡 사고 이후 국내 새벽배송 판도가 실제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 네이버가 인정한 밸류와 장외시장이 매기는 값 사이 격차의 실체


· 상장예비심사 청구 임박설이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 셀러·실무자 입장에서 지금 눈여겨봐야 할 지표




■ 컬리USA, 베타에서 정식 거점 체제로



✔️ 미국을 고른 이유, 그리고 미리 밟은 검증 절차



컬리가 여러 해외 시장 중 미국을 첫 거점으로 고른 데는 근거가 있어요. 2024년 기준 미국 농식품 시장 규모만 7,414억달러, 온라인 식품배달 시장이 3,533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데다, OTT·K팝 영향으로 현지에서 한식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커지고 있어요.



자체 몰을 열기 전에 수요 검증도 먼저 거쳤어요. 2024년 9월 미국 최대 한인마트 체인 H마트와 냉동 간편식 공급 계약을 맺고 이연복 셰프의 '목란' 짜장면·짬뽕을 수출용으로 개발해 납품하기 시작한 거예요. 이미 자리 잡은 유통망에 먼저 올라타 반응을 확인한 뒤, 2025년 여름 자체 역직구몰 베타테스트로 넘어간 셈이에요.



✔️ 시범운영 1년, 챔버스버그·털록까지 온 경로



2025년 여름 시작한 컬리USA 베타테스트는 조용히 성과를 냈어요. 시범운영 기간 매출은 30만달러, 재구매율은 60퍼센트에 가까웠어요.



이 정도 재구매율이면 신규 유입보다 기존 고객이 계속 다시 사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신호예요. K푸드를 그리워하는 교민, 유학생 수요가 예상보다 꾸준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수요를 만든 건 광고보다 커뮤니티 마케팅이었어요. 컬리는 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컬리USA 공식 계정을 새로 열고, 미국 현지 거주자를 대상으로 앰배서더 100명을 모집했어요. 여기에 2,000명 넘게 지원하면서 2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이 나왔고요. 선정된 앰배서더에게는 시범 주문 기회와 함께 할인·샘플 키트를, 활동이 좋았던 참여자에게는 최대 500달러 상당의 쇼핑 쿠폰을 지급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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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배서더들이 실제로 주문한 품목도 눈여겨볼 만해요. 노티드 도너츠, 애플하우스 떡볶이, 광화문 미진국수처럼 한국에서 화제성이 검증된 상품 위주였고, 현지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해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뿌리기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수를 골라 입소문을 만드는 방식을 초기 시장 진입 전략으로 택한 셈이에요.



베타를 거쳐 2025년 8월 25일, 컬리USA몰이 사전 운영(프리오픈)을 시작했어요. 초대장을 받은 회원만 구매할 수 있는 초대 전용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이 프리오픈 두 달 뒤 나온 반응은 기대만큼 매끄럽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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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비자들은 세 가지를 지적했어요. 같은 상품이 한국보다 3배에서 4배가량 비싸게 바카라정됐다는 점, 48시간 배송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평균 3일에서 7일이 걸렸다는 점, 그리고 취급 상품이 9,300여 개로 제한적이라 일부 인기 상품은 오전 중에 품절됐다는 점이었어요.



지금 시점에서 이 불만을 다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요. 2026년 8월 현재 컬리USA몰 상품 수는 약 7,000개로, 오히려 2025년 10월보다 줄었어요. 무작정 상품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재고를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범위로 큐레이션을 조정한 쪽에 가까워 보여요.



가격 문제는 이번 물류 구조 전환으로 일부 풀렸어요. 냉동상품 가격을 10퍼센트 내린 게 그 결과고요. 배송 지연 문제는 아직 최신 데이터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항공 건별발송에서 현지 비축 구조로 바뀐 만큼 통관 대기 시간이 줄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셀러 입장에서 보면 이 흐름은 참고할 만한 신호예요. 초기 진출 단계에서 가격, 배송 속도, 재고 안정성 세 가지가 동시에 도마 위에 오르는 건 해외 진출 초기에 흔히 겪는 성장통이고, 컬리도 1년이 지나서야 이 중 최소 하나를 구조적으로 개선했어요.



지금 컬리USA는 상품 성격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뉘어 운영돼요. 상온상품은 여전히 평택물류센터에서 DHL 특송으로 직배송하고, 냉동상품은 미국 현지 3PL 창고에 미리 쌓아뒀다가 페덱스가 라스트마일 배송을 맡아요.



※3PL이란, Third-Party Logistics의 줄임말로 기업이 보관·운송·재고 관리 같은 물류 업무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말해요. 컬리는 미국 냉동 물류 운영을 아메리콜드라는 3PL 업체에 위탁하고 있어요.



※라스트마일이란, 영어로 Last Mile, 물류센터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상품이 도착하기까지 마지막 배송 구간을 뜻해요. 컬리USA의 냉동상품 라스트마일은 페덱스가 담당해요.



✔️ 항공 건별발송에서 해상 대량수입, 현지 비축으로



기존 방식은 한국에서 항공으로 한 건씩 부치는 구조였어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개별로 통관하다 보니, 통관이 지연되면 냉동식품이 해동될 위험도 그만큼 컸어요.



지금은 한국에서 냉동식품을 대량으로 미국 냉동센터까지 보낸 뒤, 현지에 비축해뒀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출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대량으로 한 번에 옮기니 건당 운송 단가가 낮아지고, 이미 통관을 마친 재고를 쓰니 해동 위험도 줄어드는 구조예요.



이 구조 전환 효과는 가격에 바로 나타났어요. 컬리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냉동상품 가격을 약 10퍼센트 인하했어요. 판매가를 낮추면서도 마진을 지킬 수 있다는 건, 물류비 절감분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에요.



15년 넘게 이커머스 물류를 지켜본 경험에 비춰보면, 항공에서 해상·현지 비축으로 전환하는 결정은 사업 규모가 일정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잘 나오지 않아요.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현지 창고 재고를 미리 예측해서 채워야 하는 리스크도 따르거든요. 컬리가 이 전환을 택했다는 건, 베타테스트에서 확인한 수요가 일회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읽혀요.



파트너로 고른 아메리콜드도 아무 3PL이나 아니에요. 북미·유럽·아시아태평양·남미 4개 대륙에서 220개 넘는 온도조절 창고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급 콜드체인 전문 리츠(REIT) 가운데 하나고,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예요. 이제 막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물류업체 대신, 상장돼 있어 재무 상태와 운영 이력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형 리츠를 골랐다는 점 자체가 하나의 신호예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신선식품 및 프리미엄 카테고리 셀러라면 이 선택 기준을 참고할 만해요. 현지 물류 파트너를 고를 때 규모나 상장 여부 같은 공개된 신뢰도 지표를 먼저 확인해두면, 물량이 늘었을 때 파트너 쪽 캐파가 따라오지 못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요.



참고할 지점이 하나 더 있어요. 초기엔 항공 건별발송처럼 가볍게 시작했다가, 수요가 확인된 뒤 현지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는 단계적 접근이 초기 재고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는 점이에요.




■ 실적 반등과 원지랩스 인수, 어디로 이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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