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다를까요?
커머스 인사이트 Vol.112
2026년 5월 셋째 주
10년 적자 끊어낸 컬리, 3년 만의 IPO 재도전
— 이번엔 진짜 다를까요?
컬리가 1분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는데요. IPO 시점을 묻자 컬리 CFO(최고재무바카라임자)는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낼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 않았죠. 이게 지금 컬리의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압축해요. 역대 최고 실적을 냈으면서도 상장 시계를 함부로 꺼내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그게 이 회사가 지난 3년 동안 배운 태도가 아닐까요.
컬리는 2014년 창업 이후 10년 가까이 적자를 이어왔고, 2023년 1월엔 시장 상황을 이유로 IPO를 자진 철회했어요. 당시 시장은 금리 인상과 성장주 밸류에이션 하락이 겹치며 냉각된 상태였고, 컬리의 적자 구조는 기관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역부족이었어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컬리는 다시 상장 준비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2026년 1분기, 컬리는 매출 7,457억 원에 영업이익 242억 원을 기록했어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3배 넘게 뛰었고, 이건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에요. 여기에 네이버가 33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며 지분 6.2%를 확보한 사실까지 더해지면, 숫자만 놓고 보면 '이번엔 다르다'고 말할 근거가 분명히 있어요.
이번 글에서는 컬리의 실적과 신중함 사이의 거리를 들여다보려 해요. 13배 영업이익이 구조적 개선인지 기저효과인지, 네이버가 왜 지금 돈을 더 넣었는지, 그리고 이커머스 셀러 입장에서 컬리 상장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요.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Q1 2026 최대 실적의 실체 — 13배 영업이익 급증이 구조적 개선인지 기저효과인지
· 흑자 전환을 가능하게 한 세 가지 엔진의 작동 방식
· 네이버가 330억을 더 투자한 이유와 IPO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
· 3년 전 철회와 지금, 달라진 것과 아직 남은 걸림돌 비교
· 인스타카트 사례로 보는 IPO 후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
· 이커머스 셀러 입장에서 컬리 상장이 의미하는 것
■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 숫자로 먼저 봐요
· 매출 7,457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8.4% 성장 — 창사 이래 분기 최대 기록이에요.
· GMV 1조 891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 — 역대 최대예요.
· 영업이익 24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277% 성장(약 13배) — 창사 이래 분기 최대예요.
· 당기순이익 203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어요.
· 매출총이익률 33.1%, 전년 동기 대비 0.8%p 개선됐어요.
· 판관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2.2%p 감소했어요.
※GMV(Gross Merchandise Volume)란, 플랫폼에서 일정 기간 실제로 거래된 총 상품 가액을 뜻해요. 회사 매출이 아닌 플랫폼 전체 거래 규모 지표예요.
이 숫자들, 단순히 "많이 벌었네"로 읽고 넘기기엔 아까워요. 특히 영업이익 13배 급증이라는 숫자는 맥락 없이 보면 오히려 의심부터 드는 수치예요. 기저효과 아닐까, 일시적 이익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요. 그래서 숫자 뒤에 있는 구조를 들여다봐야 해요.
✔️ 기저효과인가, 구조적 개선인가
2024년 연간 기준으로 컬리는 영업손실 183억 원을 기록한 회사예요. 그런데 2026년 1분기 단 한 분기에 2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어요. 전년 손실 규모를 한 분기 이익으로 덮고도 남는 수치예요. "기저효과"라는 말로 설명하려면, 전년 동기 실적이 유독 나빴어야 해요. 물론 그 영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기저효과만으로 이 규모의 이익 전환을 설명하기엔 숫자가 너무 커요.
더 중요한 건 이익이 어디서 왔는지예요. 매출총이익률이 0.8%p 올랐고, 판관비율이 2.2%p 내렸어요. 이 두 개가 동시에 움직였다는 건, 단순히 매출이 늘어서 고정비가 희석된 게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예요.
매출총이익률이 오른다는 건 사입·물류·포장 등 직접 비용을 더 잘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고, 판관비율이 내린다는 건 인건비·마케팅비 등 간접 비용을 매출 대비 줄이고 있다는 뜻이에요.
단,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빼놓으면 안 돼요. 1분기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마케팅 투자를 절제하는 구간이에요. 대형 프로모션이 집중되는 2분기(어버이날, 여름 시즌 시작), 3분기(추석 전후)에도 이 이익률이 유지된다면 그때 비로소 "구조적 개선"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어요. 1분기 실적은 방향을 보여주는 지표지, 구조 안착의 확인은 2분기와 3분기 실적이 검증해줄 거예요.
15년간 이커머스 시장을 지켜보면서, 적자 구조에서 이익 구조로 전환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은 딱 하나였어요. 매출 성장과 비용 통제가 동시에 일어날 때만 지속된다는 것, 그리고 컬리 1분기 실적에서 그 두 가지가 처음으로 숫자로 같이 보였다는 게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에요.
■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 흑자 전환의 세 가지 엔진
✔️ ① 물류 효율화 — 자정 샛별배송과 센터 운영 개선
새벽배송은 구조적으로 물류 효율화가 수익성을 결정해요. 배송 인력이 새벽 한 시간대에 집중되는 만큼, 처리 물량을 어떻게 분산하고 센터 가동률을 어떻게 올리느냐가 비용을 가르는 핵심이에요.
컬리는 2026년 2월 자정 샛별배송을 도입했어요. 기존 새벽배송보다 마감 시간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주문 가능 시간이 늘고 컬리 입장에선 당일 배송 처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예요. 여기에 경기 김포·평택·경남 창원 물류센터의 운영 효율화가 더해지면서 물류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어요. 구체적인 절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분기 판관비율 2.2%p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혀요. (컬리 IR, 2026.05.11)
현장에서 봐온 경험으로는, 이런 물류 효율화가 '단가 협상'보다 훨씬 오래 가는 비용 개선이에요. 협상 효과는 갱신 주기가 있지만, 운영 구조 개선은 반복해서 비용을 낮춰주거든요.
✔️ ② 사업 다각화 — 풀필먼트와 판매자배송의 빠른 성장
※풀필먼트(Fulfillment)란, 주문이 들어왔을 때 상품 보관·포장·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신 처리해주는 물류 위탁 서비스예요.
컬리는 자체 재고를 직접 매입해 파는 1P(자체 직매입) 구조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엔 판매자가 직접 발송하거나 컬리 물류를 빌려 처리하는 3P(판매자배송·판매자 직접 발송) 사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어요. 2026년 1분기 3P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6% 성장했어요.
3P 구조가 이익률 개선에 직결되는 이유는 원가 구조에 있어요. 직매입은 컬리가 재고를 떠안고 팔아야 하지만, 3P는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만 수취해요. 재고 리스크도, 사입 비용도 없는 구조예요. 3P 비중이 높아질수록 매출총이익률이 구조적으로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이번 분기 매출총이익률 33.1%로 0.8%p 개선된 배경 중 하나가 이 흐름이에요. (컬리 IR, 2026.05.11)
풀필먼트 사업 확대는 단순히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게 아니에요. 컬리의 물류 인프라를 외부 셀러에게 개방함으로써, 유휴 센터 가동률을 높이는 효과도 함께 있어요. 셀러에게도, 컬리에게도 이득인 구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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