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품에 안으며 비로소 재회한 ‘내 안의 어린 나’
유전이나 혈연이라는 정직한 단어들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와닿는 순간은
결국 ‘나를 닮은 한 사람’을 매일 눈앞에서 마주할 때인 것 같습니다.
만화 《이구아나의 딸》에서 엄마는 딸 리카의 얼굴에서 자신이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이구아나의 모습’을 봅니다. 원망과 자격지심,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자기 안의 상처가 딸이라는 거울을 통해 그대로 투영되었기 때문이죠. 나를 닮아버린 아이를 보며 거부감을 느끼고 괴로워했던 비극은, 어쩌면 나 자신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던 결핍에서 출발합니다.
하지만 리카 엄마의 비극과 달리, 아들 포포를 키우며 마주하는 ‘나의 모습’은 당황스러움과 신기함, 그리고 이상한 다정함을 함께 안겨줍니다.
포포의 행동 하나, 표정 하나에서 불현듯
나의 어린 시절이나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어, 이건 정말 나랑 똑같은데?’ 싶은 순간들.
내가 숨기고 싶었던 서투름이나 작은 습관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면 순간 쿵 하고 가슴이 내려앉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서 안아주게 됩니다.
《이구아나의 딸》이 모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상처의 투영을 보여준다면,
포포를 키우는 시간은 그 상처를 반대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되어줍니다.
나를 닮은 아이의 못나거나 서툰 부분까지 품에 안아주면서,
우리는 비로소 ‘옛날의 나’, 즉 ‘내 안의 어렸던 아이’에게도 처음으로 조건 없는 다정함을 건네게 되니까요.
아이를 키우며 내 안의 아이도 함께 자란다는 것은,
결국 포포를 온전히 사랑해 주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과도 비로소 화해하게 된다는 뜻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