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로움 뒤에 찾아오는 복되고 다정한 연결의 기억들
임신 전부터 저는 저희 집으로 사람들을 다정히 맞아들이는 일을 참 좋아했습니다.
근사하고 화려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마음을 담아 지은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놓고,
그 음식을 맛있게 비워내는 이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무언가가 둥글고 풍성하게 차오르곤 했습니다. 행복은 나누는 것임을 실감하기도 했구요.
물론 누군가를 우리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으로 다가오게 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할지 고민하며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
무엇보다 손님이 오기 전후로 집 안 구석구석을 닦고 정돈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의 노고까지 생각하면, 집을 연다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비용을 들여야 하는 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출산 이후, 나의 세계에 '공동육아 메이트'들이 들어오면서 우리 집 식탁은 한층 더 깊고 다채로운 온기를 품게 되었습니다.
어리디어린 아이들이 조그만 입으로 오물오물 밥을 받아먹는 순전한 풍경, 그리고 육아에 지쳐 있던 엄마들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차려낸 밥상을 선물했을 때 그들이 기꺼이 내보이는 미소들.
이토록 정답고 다정한 장면에 몰입하다 보면
손님을 준비하며 쌓였던 모든 피로와 수고로움은 순식간에 녹아내리곤 합니다.
그들이 나간 후에도 함께 나눴던 온기와 따뜻한 에너지는 더 깊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단순히 '내가 무언가를 내어주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바쁜 일상과 고단한 육아 속에서도 기꺼이 시간을 쪼개어 우리 집 문을 두드려주는 이들의 마음이 고맙고, 그들 덕분에 미뤄두었던 집안을 정성껏 치우며 우리 가족이 머무는 공간 역시 한결 깨끗하고 정갈해집니다.
우리는 손님을 대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들이 들고 온 온기와 다정함 덕분에 우리 집이라는 공간이 비로소 활기와 생명력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손님이 드나들지 않는 집에 천사도 오지 않는다."
아주 오래된 속담 하나를 가만히 읊조려 봅니다.
타인을 향해 기꺼이 마음과 문을 여는 환대의 태도,
그 소박한 밥상 위로 감도는 온기, 그리고 나만의 세계에 갇히거나 고립되지 않으려는 경계심.
우리는 홀로 존재할 때보다 타인과 다정하게 연결되고 서로의 삶을 나눌 때,
비로소 나라는 테두리를 넘어 더 넓고 깊은 세계로 확장된다고 믿습니다.
나 한 사람의 세계는 작고 좁을지라도,
누군가의 온기가 스며들고 내 온기가 그들에게 닿을 때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지니까요.
오늘도 손님들이 떠나간 뒤, 잔잔한 온기가 여전히 감도는 식탁을 정리하며 문득 생각합니다.
웃음소리와 따뜻한 밥상, 그리고 서로를 향한 위로가 오가는 이 작고 소박한 공간이야말로,
수많은 천사들이 발걸음을 머물다 가는 세상에서 가장 복되고 거룩한 자리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