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여행을 떠나다

부산 부평 깡통시장

by정현미

오늘날 '모바일 검색'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유튜브나 블로그는 이미 일상이 된 지 오래고, AI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얻고자 하면 정보는 차고 넘쳤다.

이번 주말 여행지를 찾기 위해 이틀 전부터 폭풍검색 모드로

들어가면서 이 또한 만만찮은 작업임을 실감했다.

익숙해지면 괜찮겠지... 저릿해오는 눈을 깜빡이며 휴대폰 속 영상을 빠르게 스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금요일이 되자 검색에 지친 나는, 마침 남편의 생일날과 겹치기도 한 날이라 무슨 큰 선물이라도 선사하듯, 이번 당일치기 여행의 목적지 결정을 은근슬쩍 남편에게 토스했다.

먹방을 좋아하는 남편은 한동안 이리저리 검색하더니 부산 시장투어를 제안했다. 잠시 후 다시 검색을 재개한 나도 유튜브에 올라온 쇼츠와 동영상을 한참 서핑하다 마침내 부산 깡통시장을 이번 목적지로 정했다.




남포동 극장가를 중심으로 국제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부평 깡통시장은 요즘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야시장덕에 국제적(?) 명성까지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핫한 장소이니만큼 주차가 걱정됐는데 많은 유동인구로 무료주차는 아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유료 공영주차장 중 그 규모가 제일 크고, 그나마 들고 나기가 편하다는 용두산 공원 주차장으로 목적지를 정한 후, 10시 20분쯤 출발했다.


1시간을 달려 11시 반쯤 도착했는데, 주차장으로 들어서기까지 대기하는 자동차의 행렬이 즐비했다. 한 대가 나오면 한 대가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몇 번의 반복 후에 우리 차례가 되었다.

그 넓은 주차장이 차들로 빽빽했는데 바삐 움직이는 주차요원들의 안내가 없었다면 그 안에서도 한참을 헤맸을 것이다.


주차장에서 시장까지 도보로 10여분 걸렸다. 그날따라 날씨가 무척 더웠다. 그나마 습도가 낮아 견딜만했지만 나중에 돌아갈 일이 은근슬쩍 걱정되었다.


부평 깡통시장에 들어서자 마치 동남아시아의 어느 나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이국적 풍경이 이어졌다. 타국에서 온 사람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는데, 지구 구석구석에서 가져온 듯한 다양한 물건들과 그것들을 구경하는 많은 인파들로 이곳이 명실상부한 핫플레이스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기 있는 곳은 먹자골목이었다.

우리도 삼삼오오 떼 지어 다니는 무리들 속에 섞여 유튜브에서 열심히 예습해 온 장소들을 찾아 헤매며 먹방대열에 합류했다.

식사대신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여러 가지 간식들로 배를 채우리라 작심하고 왔는데, 웬걸, 인기 메뉴인 떡볶이와 떡이 들어간 빵을 먹고 나니 이미 배가 차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이게 아닌데... 나머지 먹을거리는 눈요기만 한 채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다음 코스로 시장 근처에 있는 보수동 바카라방을 가보자고 했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져서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걷기가 꺼려졌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 시대의 추억이 서린 그곳을 한 번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그 모진 세월을 견뎠는지 꽤 많은 바카라방들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늘어서 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한 푼 두 푼 아낀 돈으로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좋아하던 바카라을 한 권씩 사모았을 때의 그 뿌듯함이란... 지금도 그때 샀던 토지 16권이랑 이문열의 삼국지 10권은 대대손손 내려오는 무슨 가보나 되는 것처럼 바카라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돈이 없던 시절, 오히려 바카라 사는데 드는 돈은 아끼지 않았던 순수한 시절의 내가 문득 그리워지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보수동 바카라방 골목은 더 이상 바카라이 아닌, 그저 추억을 파는 관광상품으로 변모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라도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했으면 하는 씁쓸한 마음으로 그곳을 되돌아 나왔다.


바카라방골목에서 발길을 돌려 국제시장으로 향했다.

큰 차도를 두고 부평시장과 마주하고 있는 국제시장은 예전엔 그 명성이 부평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부산 사람인 우리는 그 옛날 쇼핑의 중심지였던 국제시장의 추억을 어슴푸레 공유한 세대이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 한창 붐비는 깡통시장에 비해 너무 한산한 모습에서 왠지 씁쓸함이 느껴졌다. 잘 나가는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점점 쇠락해 가는 노장의 느낌이랄까...


국제시장을 빠져나오자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는 남포동 극장가가 나타났다. 이곳 또한 다양한 먹거리 노점들이 즐비한 곳이지만 이미 더위로 지친 나는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가 절실했다. 마치 저렴한 가격의 밀면집이 있어 아직 꺼지지 않은 배를 움켜잡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분명히 에어컨이 한몫했을 것이다. 가성비의 밀면은 맛 또한 시원했다. 그 밀면이 아니었다면 우리에게 남은 주차장까지의 여정이 아마 고행의 길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먹방여행은 우리에겐 좀 무리였다. 방문할 장소를 먼저 정하고 그 근처에 있는 맛집을 들르는 것을 여행의 루틴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먹는 것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 애초부터 맞지 않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소화력의 문제도 있지만, 음식의 양이 많고 푸짐한 것을 선호하던 이전과 달리, 소박하고 정갈한 음식을 적당한 양으로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가치의 변화 또한 먹방여행의 애로에 한몫했으리라.


3시간 동안의 짧은 여행 후, 우린 밀면값보다 비싼 주차비를 지불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강행군으로 지친 우리와 달리, 태양은 이제 시작이리는 듯, 그 위세를 한껏 떨치고 있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무력한지...

우선 태양을 피해야 했다. 우린 인간이 만들어낸 피난처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카페가 있다는 부산 기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