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삶을 배우다.
그림 수업을 받으러 가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자상하고 선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라 더욱 행복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오롯이 눈앞의 그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큰 매력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자유로운 영혼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보고 그리는 그림조차 마음이 앞선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살펴보고, 천천히 그려도 될 텐데 마음이 가는 대로 휙휙 그려 놓고는 뒤늦게 후회합니다.
'처음부터 조금만 신중하게 그릴걸.'
이미 그어 버린 선을 바라보며 조심성 없는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삶도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마음이 앞서 말을 내뱉고,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채 선택하고, 지나고 나서야 조금 더 신중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감하게 그은 선이 모두 잘못된 선일까.
조심스럽게 그린 선만 아름다운 것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조금 삐뚤어진 선도, 생각보다 진하게 칠해진 색도 결국 내 그림의 일부가 됩니다.
어쩌면 삶도 그렇겠지요.
신중하지 못했던 순간도, 서툴렀던 선택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시간일 테니까요.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덜 후회하고 싶습니다. 과감하게 그었다면 그 선을 살려 다음 그림을 이어 가면 된다고, 실수했다고 생각한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그림이 시작될 수 있다고 믿어 보려고 합니다.
인생은 밑그림대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늘도 저는 조금 성급하게 선을 긋고, 뒤늦게 후회하고, 다시 색을 덧입힙니다.
그렇게 서툴지만 나다운 그림 한 장을 완성해 갑니다.
어쩌면 제가 그림을 배우러 가는 이유는 그림을 잘 그리기 위해서만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그은 선을 미워하지 않는 법, 조금 서툴러도 나를 탓하지 않는 법을 배우러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