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삶을 배우다
그림을 그리러 가는 시간이 좋은 이유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어제의 후회도, 내일의 걱정도 잠시 내려놓고 오직 눈앞의 풍경과 종이 위에 그려지는 선 하나에만 집중합니다. 손을 움직이고 색을 입히는 동안 복잡했던 마음은 어느새 고요해집니다.
그림의 가장 큰 매력은 어쩌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간 선을 후회하기보다 지금 그어야 할 선에 집중하고, 아직 칠하지 않은 여백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눈앞에 놓인 색을 바라보는 일 말입니다.
문득 우리의 삶도 그림을 그리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어제를 후회하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오늘이라는 시간을 놓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지나간 그림의 선을 완전히 지울 수 없듯 과거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림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늘 어떤 색을 선택하고 어디에 새로운 선을 긋느냐에 따라 그림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완성될 수 있으니까요.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오늘의 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건네는 말 한마디, 마음을 쓰는 방식, 작은 선택 하나가 모여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갈 테니까요.
어쩌면 잘 산다는 것은 먼 훗날의 완성된 그림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오늘 내게 주어진 한 장의 종이를 정성껏 채워 나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좋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히 그림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무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오늘의 색으로, 내일은 또 내일의 색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그려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나만의 삶도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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