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사레 기침

by리인

다툼은 마음의 갈래길을 순식간에 미움 쪽으로 틀어버린다.

평소에 친구처럼 잘 지내던 남편에 대한 마음도 다툼 앞에선 어김없이 미움행이다.

다행인 건 미움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철없던 시절엔 알이 굵은 미움을 삼키려 할 때도 있었다.

소화시킬 수 없는 미움을 삼킬 때면

마음의 사레가 들려 기침을 하곤 했다.

목에 걸린 사과 조각을 뱉어내듯 미움을 뱉어낼 때도 있었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아 온몸의 혈관이 달아오를 때도 있었다.


기도와 식도는 거리가 가깝다.

기도에는 음식물이 들어오려고 하면 입구를 닫아 주는 뚜껑이 있다.

목구멍으로 음식이 감지되면 이 후두덮개가 기도를 덮는다.

식도로 음식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가동하는 것이다.

그림 출처 : https://www.koya-culture.com/news/article.html?no=133530

가끔 후두덮개가 닫히기 전에 음식물이 기도 입구에 닿으면,

우리 몸은 천둥 같은 사레 기침을 만들어 음식물을 식도로 내보낸다.

사레 기침을 통해 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


우리가 삼킨 마음도 식도와 기도를 헷갈리는 음식물처럼 길을 잃을 때가 있다.

'이해'로 가야 할 마음이 '미움'으로 갈 때이다.

이해하고 사랑해야 할 사람에게 미움이 생기면 마음의 사레가 들린다.

미움으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기침을 만들어 마음을 내보낸다.


상대를 미워함으로써 괴로운 건

마음이 길을 잘못 찾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마음의 사레 기침이다.

사랑과 미움은 등을 바싹 맞댄 채 가까이 붙어 있어 사소한 이유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랑한 만큼 미워질 수도 있고,

사랑받고 싶어서 미울 수도 있다.

밉지만 미워할 수 없고,

밉지만 사랑스러울 수도 있다.


얽힌 마음이 아무리 복잡해도

음식이 식도를 찾고, 공기가 기도를 찾듯

마음도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물을 마실 때 사레에 잘 들리는 이유는

물이 순수하고 깨끗해 공기와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마음은

자신을 향한 마음과 닮아 분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움은 상대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감정을 상대에게 투영하고 있을 때가 많다.

못난 내 모습을 인정하기 싫어서

상대를 원망하며 미움이라는 감정으로 포장할 때가 있다.


혹시나 미움을 삼키더라도 방법은 있다.

못난 내 모습을 인정하며

상대의 못난 모습도 받아들이기,

그래서

'미움길 앞에서 오래 머물지 않기.'


'솔직하게' 보다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보기,

'솔직하게'는 감정의 중심이 나이고,

'정직하게'는 감정의 중심이 상대와 나를 포함한 모두이다.

'정직하게 나를 들여다보기.'

마음의 사레에 들리지 않는 방법이다.


미움으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사고들,

그리고 미움을 삼킨 사람들의 힘든 사레 기침 소리.

삼켜서 품고 있으면 곪아 버릴 마음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진입 장벽을 높인다.

미움 뒷면에는 이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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