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AI는 당신 편입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AI에게 답을 묻기 전에, 문제를 다시 보라 【15편】
— PART 4.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라 —
"반대 의견이 없는 회의는 회의가 아니다. 이미 내려진 결정에 참석한 것이다." — 앨프레드 슬론 (Alfred P. Sloan)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아주 간단한 실험이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AI에게, 정반대 두 가지 않을 물었습니다. 대화 기록을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 첫 번째 대화 · 오전 10시 14분 ]
나 인건비를 15% 줄이려면 희망퇴직이 가장 현실적인 안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I 매우 합리적인 접근입니다. 구조적 비용 절감이 필요한 시점에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가 빠른 수단입니다. 근거는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 두 번째 대화 · 오전 10시 21분 ]
나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희망퇴직은 피하고 조직을 유지하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AI 현명한 판단입니다. 인력 감축은 단기 비용은 줄이지만 중장기 역량 손실과 조직 신뢰 훼손이라는 더 큰 비용을 낳습니다. 근거는 다음 다섯 가지입니다.
7분 차이였습니다.
정반대 두 안. 같은 AI. 둘 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AI는 신뢰할 수 없다." 저는 다르게 봅니다. 그 AI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반대하라고 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두 질문은 모두 같은 구조였습니다. "제 생각이 이런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 문장은 검증을 요청하는 문장이 아닙니다.
동의를 요청하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 불편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에게 묻는 방식도 대개 이렇습니다. 팀장에게, 동료에게, 배우자에게 의견을 물을 때 우리는 보통 이미 답을 가지고 묻습니다.
AI는 그 습관을 거울처럼 돌려줬을 뿐입니다.
AI를 검증 도구로 쓴다고 생각하면서, 실제로는 결재 도장으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편은 그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AI가 쉽게 동의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성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입니다.
"A 안이 좋다고 보는데 어떻습니까"와 "A 안이 실패할 조건을 찾아 달라"는 완전히 다른 작업 지시입니다. 앞 문장은 지지 근거를 모으는 일, 뒤 문장은 반증 근거를 모으는 일입니다.
AI는 받은 지시를 수행합니다. 지시가 지지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지지 근거가 나옵니다.
대화형 AI는 사용자를 돕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설계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것입니다. 다만 검증 국면에서는 불리하게 작동합니다.
명시적으로 반대 역할을 주지 않으면, 기본값은 협력입니다.
반대는 맥락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 조직의 제약, 과거에 실패한 시도, 이해관계자 구도. 이런 재료가 없으면 AI가 할 수 있는 반대는 교과서적인 일반론뿐입니다.
"리스크 관리가 필요합니다" 같은 말이 그래서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 쓸모가 없는 말입니다.
AI가 뻔한 말만 한다면, 뻔한 재료를 줬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박해 달라"는 한 문장으로는 부족합니다. 누구의 입장에서 반대할지를 정해 줘야 반대의 날이 섭니다.
실무에서 가장 잘 작동한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① 적대적 검토자
누구로 세우는가 이 안을 반드시 반려시켜야 하는 심사위원
무엇을 시키는가 통과시키지 않을 이유를 다섯 개 찾아 가장 치명적인 것부터 배열
무엇이 나오는가 보고 자리에서 받을 질문의 목록. 사실상 예상 질의응답
② 손해 보는 당사자
누구로 세우는가 이 안이 실행되면 일이 늘거나 권한이 줄는 부서
무엇을 시키는가 그 입장에서 이 안에 반대하는 논리를 작성. 감정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무엇이 나오는가 실행 단계에서 부딪힐 저항의 실체. 미리 협의할 지점
③ 1년 뒤 사후 부검관
누구로 세우는가 이 안이 실패한 뒤 원인을 조사하는 감사관
무엇을 시키는가 실패했다고 전제하고, 실패 보고서를 지금 작성하게 함
무엇이 나오는가 지금은 안 보이지만 1년 뒤 명백해질 허점
④ 경쟁자
누구로 세우는가 우리가 이 안을 실행하는 것을 반가워할 상대
무엇을 시키는가 왜 반가운지, 그 틈을 어떻게 파고들지를 작성
무엇이 나오는가 우리가 스스로는 못 보는 전략적 빈틈
③번을 권합니다. 사전 부검이라고도 불리는 방식입니다.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이 제안한 기법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가 아니라 "실패했다"를 전제로 묻습니다.
이 전환이 중요합니다. "실패 가능성을 말해 보라"라고 하면 사람은 조심스러워집니다. "이미 실패했으니 원인을 적어 보라"라고 하면 입이 열립니다.
가능성을 묻지 말고, 결과를 가정하고 원인을 물으십시오.
반대에도 세기가 있습니다. 매번 최고 강도로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쓰는 시점이 다릅니다.
3단계는 아껴 쓰십시오. 되돌릴 수 없는 결정 앞에서만 씁니다.
인력 구조조정, 시스템 교체, 대형 계약처럼 한 번 가면 못 돌아오는 일들입니다.
반대로 초안 단계에서 3단계를 돌리면 아이디어가 자라기 전에 죽습니다. 저도 그렇게 망친 안이 몇 개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낼 때는 반대를 미루고, 결정을 할 때는 반대를 당깁니다. 순서를 섞으면 둘 다 망칩니다.
당신은 이 안건을 심사하는 위원이다. 당신의 역할은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려시키는 것이다. 동의하거나 보완을 제안하지 마라.
안건: [내 안을 그대로 붙임]
우리 조직 상황: [인원, 예산, 지난 유사 시도와 결과]
다음 순서로 작성하라.
1. 이 안을 반려시킬 이유 다섯 가지
2. 그중 가장 치명적인 하나와 그 이유
3. 작성자가 이 질문을 받으면 가장 당황할 질문 세 개
마지막에 이것만 답하라. 지금 이 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가.
지금은 1년 뒤다. 아래 계획은 실행됐고, 실패했다.
실패는 확정된 사실이다. 가능성을 논하지 마라.
계획: [내 안]
감사 보고서를 작성하라. 다음을 포함한다.
실패의 직접 원인 / 그 원인의 뿌리 /
실패가 처음 드러난 시점(몇 개월 차) /
그때 포착할 수 있었던 신호 /
착수 전에 확인했어야 할 한 가지
마지막 항목은 지금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적어라.
두 역할을 번갈아 수행하라.
A 추진 담당자: 이 안을 끝까지 관철해야 하는 사람
B 반대 부서장: 이 안으로 업무가 늘어나는 부서의 바카라임자
안건: [내 안]
A가 주장하고, B가 반박하고, A가 재반박하는 순서로
3회 왕복을 작성하라. 양쪽 모두 최선을 다하게 하라.
끝난 뒤 심판 입장에서 적어라.
A가 끝내 답하지 못한 질문 /
이 왕복에서 드러난 안의 수정 사항
세 번째 프롬프트는 회의 전날 밤에 쓰십시오. 다음 날 회의에서 나올 말의 절반 이상이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반대를 끌어내는 것은 프롬프트로 됩니다. 어려운 쪽은 그다음입니다.
반대가 눈앞에 오면 우리 몸은 먼저 반응합니다. 설명하고 싶어 집니다. 바로 그 순간이 갈림길입니다.
첫 줄, "그건 이미 고려했습니다"를 특히 조심하십시오. 가장 자주 나오고 가장 그럴듯합니다.
저도 수없이 썼습니다.
고려와 반영은 다릅니다. 고려했다면 그 고려의 결과가 문서 어딘가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남아 있지 않다면 고려한 것이 아니라 떠올렸다가 넘긴 것입니다.
저는 세 문장을 외워 두고 씁니다. 방어가 올라올 때 이 문장을 먼저 말합니다.
• "그 부분은 제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확인해 오면 되겠습니까."
• "말씀을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 "그 지적이 맞다면 제 안의 어느 부분을 바꿔야 합니까."
세 문장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대를 내 안의 수정 항목으로 번역합니다. 상대의 자격이나 의도로 끌고 가지 않습니다.
반대를 이기려 하면 안이 지킵니다. 반대를 받아들이면 안이 자랍니다.
반대를 도입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반대처럼 보이지만 아무것도 검증하지 않는 세 가지입니다.
⚠ 알리바이 반대 — 반대를 받았다는 기록만 남기는 것
AI에 반박을 돌려 출력물을 첨부하고, 안은 그대로 제출함.
반대 의견이 수정 사항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절차에 그칩니다.
구분법: 반대 결과로 바뀐 문장이 안에 몇 개 있는가.
⚠ 무한 반대 — 반대를 위한 반대로 번지는 것
모든 안에 모든 각도의 반대를 붙이면 아무것도 통과하지 않습니다.
반대는 결정을 미루는 가장 지적으로 보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구분법: 반대 뒤에 "그래서 무엇을 바꾼다"가 붙어 있는가.
⚠ 대리 반대 — 사람 대신 AI만 반대하게 하는 것
AI 반박으로 점검을 끝내고, 실제 이해관계자와는 대화하지 않음.
AI는 조직의 감정과 역사를 모릅니다. 사람의 반대를 대체 못 합니다.
구분법: 가장 반대할 사람과 직접 이야기한 날짜가 있는가.
세 번째가 가장 위험합니다. AI 반박은 사람과의 대화를 준비하는 도구이지, 그 대화를 면제해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몇 해 전, 한 요양원에서 야간 근무 방식을 바꾸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개편안은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교대 시간을 조정해 인력 배치를 효율화하면 야간 인력 부담이 줄고, 비용도 절감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숫자가 분명했습니다.
회의에서 전원이 찬성했습니다. 한 사람만 손을 들었습니다.
20년 가까이 그 요양원에서 야간 근무를 해 온 요양보호사였습니다. 발표 자료를 읽을 줄도, 비용 구조를 설명할 줄도 몰랐습니다. 그분이 지적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새 방식이면 새벽 네 시에 담당자가 바뀝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그게 왜 문제냐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분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그 시간에 깨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치매가 있으신 분들은 밤에 깨면 자기가 어디 있는지를 모릅니다. 그때 찾는 건 사람이 아니라 목소리입니다. 익숙한 목소리요."
"네 시에 사람이 바뀌면, 그분들은 낯선 사람 앞에서 깨게 됩니다."
데이터에는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개편안 어디에도 새벽 네 시에 깨는 사람이라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서적인 이야기로 분류됐습니다.
그분은 그다음 2주 동안 자기 근무일마다 기록을 했습니다. 새벽에 호출벨이 울린 시간, 깬 분의 호실, 다시 잠드는 데 걸린 시간. 누가 시킨 일이 아니었습니다.
2주 뒤 그 기록이 회의에 올라왔습니다.
• 새벽 호출은 3시 40분에서 4시 20분 사이에 집중됐습니다.
• 같은 근무자가 응대한 경우, 다시 잠드는 데 평균 9분이 걸렸습니다.
• 근무 교대 직후 다른 근무자가 응대한 경우, 평균 31분이 걸렸습니다.
31분. 그 시간 동안 어르신은 깨어 있었고, 불안했고, 근무자도 다른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개편안이 수정됐습니다. 교대 시간이 새벽 네 시에서 다섯 시 삼십 분으로 옮겨졌습니다. 비용 절감 효과는 당초 계획의 7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그 70%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처음 안은 1년도 못 갔을 것입니다.
나중에 그분에게 어떻게 혼자 반대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답은 이랬습니다.
"저는 이 계획이 틀렸다고 말한 게 아닙니다. 새벽 네 시에 누가 거기 있는지를 말한 겁니다."
반대는 계획을 가로막는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그날 그 반대가 한 일은 다른 것입니다. 숫자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을 회의실 안으로 데려온 것입니다.
반대 의견은 대개 자료에 이름이 없는 쪽에서 옵니다.
그 요양원은 지금 모든 개편 회의에 반대 역할 한 명을 지정합니다. 돌아가며 맡고, 그 자리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괜찮습니다.
직원들은 그 자리를 이렇게 부릅니다.
새벽 네 시의 자리
가장 좋은 계획은 반대를 통과한 계획이 아니라, 반대를 품고 바뀐 계획입니다.
지금 추진 중인 안이 하나 있으실 것입니다. 그 안에 대해 질문을 바꿔 보십시오.
오늘 아침까지 쓰던 질문은 아마 이것이었을 것입니다.
"이 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부터는 이렇게 쓰십시오.
"이 안이 1년 뒤 실패했다고 합니다. 실패 보고서를 써 주십시오."
같은 AI, 같은 안, 같은 자료입니다. 돌아오는 답만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답이 불편하다면, 제대로 물은 것입니다.
동의를 받으려고 묻는 질문은 돈과 시간을 쓴 자기 확인입니다. 검증은 불편한 답이 돌아올 때만 일어납니다.
◀ 전편 돌아보기
14편 「데이터가 없어도 가설은 검증할 수 있습니다」에서는 다섯 달에 걸친 세 차례 회의록으로 시작했습니다. "데이터가 없다"는 말의 세 가지 정체, 검증 가능한 가설의 다섯 요소, 데이터 대신 쓸 수 있는 대체 근거 다섯 가지, 48시간 최소 검증 실험 네 가지를 다뤘습니다. 공바카라 한 권으로 야간 이용자를 세어 통폐합을 면한 작은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로 마무리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다음 16편 「근거가 어디 있습니까」에서는 AI가 내놓은 주장의 출처를 끝까지 따라가는 방법을 다룹니다. 그럴듯한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는 세 단계 추적법, 존재하지 않는 자료를 걸러내는 질문, 그리고 출처를 요구했을 때 돌아오는 답변의 유형별 판별 기준을 정리합니다. 이번 편이 반대를 끌어내는 기술이었다면, 다음 편은 그 반대와 내 주장 양쪽의 바닥을 확인하는 기술입니다.
1. Gary Klein,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Harvard Business Review (2007) — 실패를 전제한 사전 부검 기법
2. Alfred P. Sloan, My Years with General Motors (1964) — 반대 의견이 없는 의사결정의 위험
3. Irving Janis, Groupthink (1982) — 집단사고 발생 조건과 반대 역할 지정의 효과
4. Cass Sunstein & Reid Hastie, Wiser: Getting Beyond Groupthink (2015) — 레드팀 운영과 반대 의견 제도화
5. Annie Duke, Thinking in Bets (2018) — 결과가 아닌 의사결정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
6. Anthropic, Claude for Critical Review (2025, claude.ai/docs) — 반대 역할 부여와 비판적 검토 활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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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Claude와 함께 세계를 읽고, 개인의 생존 전략을 설계하는 25편의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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