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내가 들게요
무거운 것이 생기면 늘 먼저 손을 드는 사람이 있었다. “제가 할게요.” 일이 늦어질 때도 그랬다.
“이건 제가 마무리할게요.” 괜찮냐고 물으면 대답도 늘 같았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자기 몫은 알아서 하고, 힘든 일이 생겨도 웬만하면 혼자 정리하고, 도움을 청하기보다 그냥 해버리는 사람. 처음에는 그런 사람이 단단해 보였다. 어느 날, 그가 큰 상자 하나를 혼자 들고 있었다. “무거워 보여요.” “괜찮아요.” “진짜요?”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데 조금 걸렸다. 버틸 수 있다는 건 능력이었다. 그런데 잘하는 일은 자주 그 사람의 몫이 됐다. 상자 반대편으로 가 한쪽을 들었다. “뭐 해요?” “한쪽은 제가 들게요.” “괜찮다니까요.” “알아요.” 그를 한번 보고 말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알아요.” 조금 멈췄다가, “그래도 둘이 들면 덜 힘들잖아요.” 그가 웃었다. “이 정도는 진짜 괜찮은데.” “그럼 더 좋죠.” “뭐가요?” “괜찮을 때부터 같이 들어보려고요.” 우리는 그대로 상자를 들고 걸었다. 생각보다 금방 도착했다. 며칠 뒤, 또 무언가를 옮길 일이 생겼다. 그가 먼저 한쪽을 들었다. 그러고는 반대편을 한번 봤다. 나는 말없이 그쪽을 잡았다. 이번에는 그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다. 조금 걷다가 그가 말했다. “오늘은 좀 무겁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우리는 그대로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