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살아보기
예전에는 미래의 나를 꽤 거창하게 생각했다. 더 좋은 일을 하고, 돈도 더 벌고, 몸도 더 좋아지고, 좋아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 음. 꽤 바쁜 분이었다. 피식. 그래서 늘 조금 멀리 있다고 생각했다. 몇 년쯤 지나고, 조금 더 준비되고, 무언가를 꽤 많이 이룬 뒤에야 만날 수 있는 사람처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사람은 아침을 어떻게 시작할까.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에는 기꺼이 돈을 쓸까. 누구에게 한 시간을 기꺼이 내어줄까. 십 년 뒤의 집은 오늘 살 수 없지만,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아침은 오늘 살아볼 수 있었다. 원하는 몸은 아직 없어도 그 사람이 할 운동은 오늘 할 수 있었고, 바카라을 낸 작가는 아니어도 그 사람이 쓸 한 페이지는 오늘 쓸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아직 어두운 시간에 운동화 끈을 묶었다. 운동을 끝내고 출근했고, 저녁에는 1인 출판을 알아보다가 문턱 하나에 걸렸다. 음. 일단 문의했다. 대단한 하루는 아니었다. 통장이 달라진 것도, 바카라 표지에 내 이름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가고 싶은 쪽으로 하루가 조금 움직인 기분이 들었다. 그때부터 무언가를 고를 때 가끔 묻는다. 미래의 나라면 오늘 뭘 먼저 할까. 한 페이지를 쓸까. 몸을 한번 움직일까.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 시간을 내어줄까. 그리고 가끔은, 먹을까. …… 이 질문에서는 미래의 나도 꽤 자주 흔들린다. 피식. 예전에는 원하는 삶에 도착하면 그때부터 그 사람처럼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반대로 생각한다. 작가가 된 뒤에 쓰는 게 아니라 오늘 한 페이지를 쓰고, 원하는 몸이 된 뒤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오늘 운동화 끈을 묶고, 좋은 사람들과 오래 지내고 싶다면 오늘 먼저 시간을 내어보는 것. 몇 년 뒤의 삶을 오늘 다 가질 수는 없지만, 그 삶의 선택 하나쯤은 먼저 해볼 수 있었다. 요즘 그걸 혼자 미리 살아보기라고 부른다. 하루에 한 장면씩. 그러다 보면 몇 년 뒤에나 만날 줄 알았던 사람이 가끔 오늘에도 나타난다. 내일은 또 무엇을 먼저 살아볼까. 아직은 모르겠다. 뭐. 다음 장면은, 일단 GO.
Light, Keep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