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현재 내 정원은 노잼입니다.
매주 월요일이 연재글 발행일인데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은 수요일. 그제 올라가야 할 글을 이틀이나 지난 지금 쓰고 있다. 이미 일요일 저녁부터 일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온라인카지노에서는 잔소리를 시작했었고, 화요일에는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글을 써서 올리라고 하고 조금 압박을 받기도 하는데 솔직히 글감을 못 찾아서 못 쓰고 있었다. 우선 내 정원은 지금 노잼이다.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보이는 몇 가지의 변화를 제외하고서는 아주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있어서 지루하고 별로 재미가 없다. 눈을 씻고 찾아봐야 보이는 몇 가지의 변화도 그 흐름이 아주 느려서 며칠 동안 생사만 확인하는 정도로 그치고 있고. 사실 내년 봄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기대하는 일도 며칠이면 그 재미가 끝나기 마련이다. 정원도 지루함을 이겨낼 만한 재미거리가 톡톡 나와줘야 재미가 있지 지금 같은 계절은 재미를 억지로 찾아내야 할 정도인데 '억지로'라는 단어에서 보듯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럴 바에야 굳이 재미를 찾지 않겠어, 일단은 놔두는 중이 되니 글감도 잠을 자는 중인가 보다. 그래, 글감을 생산해 내던 정원도 조용한 노잼 중인데 뭐 굳이 그걸 들춰내가면서 억지로 글을 쓸 필요가 있겠냐? 기다리는 독자들은 기다리는 김에 좀 더 기다리라고 하고 사실, 응! 내 글은 노출도가 높지도 않잖아, 온라인카지노야. 너도 좀 기다려 봐. 주말이 되면서부터 노잼인 정원에서 뭐에 대한 얘길 쓸까 하다가 실패하지 않는 글감인 동새콤 사모님의 이야기를 써볼까 싶기도 했다. 같이 동네 산바카라 나오는 얘기라든가 이제는 사이가 좋아진 재색이와의 이야기라든가, 요즘 새롭게 나타나서 경계태세 중인 얼굴이 하얗고 못생긴 낯선 고양이 얘기라든가 그런데 역시나 굳이...... 기다릴 때는 오롯이 기다리는 게 맞다.
열흘 전인가 아니? 2주 정도 됐나? 올봄에 새로 심은 알리움 드럼 스틱의 새순이 올랐다. 구근 두 개를 나누어 심었는데 한 곳에서는 비죽하게 올라와서 앗싸! 를 외쳤고, 다른 한 곳은 홍띠와 가까운 위치라 경쟁이 있나, 혹은 경사가 좀 더 가파른 곳이어서 구근이 깊게 심어졌던 걸까 아니면 죽었나? 했는데 오늘 보니 드디어 새순이 보였다. 밤새도록 내린 가을비를 두 번이나 연속 맞고 나서 각성이 됐는가 보다. "정신 차리고 살아 있었니?" 그러고 보니 올봄에 타임을 드러낸다고 땅을 뒤집어엎다가 파내버린 무스카리 구근들도 있었는데 살아야 될 것들이 사고를 당했다 싶었으나 가까스로 살아남은 것들도 새순을 내고 내년 봄 준비를 하고 있는 걸 확인했다. 수는 대폭 줄었으나 살아있는 놈들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는 노잼 정원의 변화라면 이 정도랄까?
오, 지금 사진으로 보니 드럼 스틱 새싹을 발견한 날이 10월 4일. 그리고 오늘이 21일. 눈을 씻고 봐야 보이는 변화를 하나 더 찾았다! 땅바닥에 오종종한 유조들은 혹시? 수레국화들인가? 그렇게 씨앗을 사다가 뿌려도 안 되던 애들이 올해 첫 성공을 했는데 제발, 부디, 씨앗을 날리고 날려서 자연 발화가 되기를 바라고 바랐는데 혹시 니들이 수레국화의 유조들일까? 그러기를 간곡히 바라본다. 그렇다면 노잼 정원의 재미가 추가되는 셈. 그리고 나는 또 니들을 관찰하면서 정체를 밝히라고 쪼아대겠지.
아! 수 주동안 쪼임을 당하면서 환하게 절정을 맞이했던 구절초 자와즈키는 화무십일홍이라는 말답게 일주일을 아름답게 피우다 내년 준비 모드에 돌입을 했다. 다른 집의(자꾸 비교해서 인간적으로 미안하다만) 하얀, 많이 보는 구절초는 하나의 덩어리에서 꽃들이 순차적으로 피어서 전체적인 개화 기간이 길던데 자와즈키는 얼굴이 작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더니 약속한 듯이 한 번에 퇴장의 길로 들어섰다. 나쁘진 않다. 준비를 오래 한 굵고, 짧은 화끈한 생의 여정을 보는 기분이랄까? 줄기는 가는데 꽃이 많이 달려서 무게를 못 이기는 바람에 지지대로 고정을 해줬었는데 가는 길을 편히 가라고 지지대도 제거했다. 현재는 편히 누워서 씨앗 순산을 위한, 내게는 보이지 않지만 본인에게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방해하지 말아야지. 그리고 내년에는 쪼지 않으마. 부디 너의 시간을 충실히 보내길 바란다. 고생했다, 자와즈키.
재미없는 시간이 천천히 지나고 있다. 아니, 시간이 천천히 지나니까 재미가 없는 건가? 그런데 매일매일 새로운 사건이 생기고, 기록하기도 벅찰 만큼 신나는 일이 밀려오면 할 일이 많다고, 시간이 없다고, 쉬고 싶다고, 오늘은 병원에 가서 수액 처방을 받아야겠다고, 입술이 또 부르텄다고, 근육통에 몸살이 났다고, 힘들어서 공구리를 칠 거라고 툴툴거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