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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REPRESSION, 억누름

'나를 그리는 52일'

by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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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화산이 있다면 무엇을 담고 있을까요?

화산이 터진다면 무엇이 뿜어져 나올지 상상하며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억눌러온 감정이나 말이 있다면 이 페이지 안에서는 검열 없이 쏟아내도 괜찮다는 걸 기억하세요.





내 안의 화산이 폭발한다면



그동안 억눌러 왔던 감정들이 끓어오르다 화산처럼 폭발한다면, 가장 먼저 터져 나올 감정은 아마

상식적인 일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깊은 곳에 묻혀 있던 오래된 감정보다는 평소 자주 마주치는 일들에 대한 짜증과 미움이 먼저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용암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감정이 아니라,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도록 표면 가까이에 머물러 있는 감정들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그런 순간을 자주 만난다.


금연이라는 커다란 푯말이 버젓이 세워져 있는데도 그 앞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은 연기를 피해 걸음을 옮기는데, 정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연기를 내뿜는다. 그 모습을 보면 푯말은 왜 세워 두었는지, 지키지 않을 거라면 규칙은 왜 있는 건지 묻고 싶어진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때도 있다. 앞사람의 뒤에 차분히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새 옆에서 슬그머니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처음부터 줄을 서 있던 사람들만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지자니 괜히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고, 가만히 있자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은 속에서 몇 번이고 되풀이된다.


길을 걷다가 바닥에 가래를 뱉는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바로 옆에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인도에서 오토바이가 역주행하며 달려올 때는 또 어떤가. 보행자가 오토바이를 피해 한쪽으로 몸을 비켜야 하는 상황이 어이없기만 하다. 안전하게 걸어야 할 길에서 오히려 내가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말 한마디에도 비슷한 순간이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날카로운 말을 툭 던지는 사람. 듣는 사람의 표정이 굳어 가는데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듯 행동한다. 그 자리에서는 적당히 웃으며 넘겼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이 다시 떠올라 뒤늦게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이런 일들은 특별하지도 않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한두 번쯤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장면들이다. 그래서 더 쉽게 잊히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상황이 반복해서 찾아오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그저 눈살을 찌푸리거나 속으로 한마디 하는 정도로 끝낸다. 때로는 못 본 척 지나가고, 때로는 괜히 엮이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는다. 하지만 내 안의 화산이 정말 폭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삼켰던 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준 만큼 똑같이 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무시한 규칙 때문에 당신도 불편을 겪어 봤으면 좋겠다고. 평소라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독한 말까지 거침없이 퍼붓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꽤 무서운 일이다. 동시에 조금 우습기도 하다. 내 안에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을 상상하면서도, 정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창한 사건이나 깊은 상처가 아니다. 길을 걷다가, 줄을 서다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주친 평범한 장면들이다.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쌓여 온 서운함이나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무엇이 가장 먼저 터져 나올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무례함과 몰상식함을 이야기할 것 같다.


어쩌면 감정에도 깊이가 있는 모양이다. 오래 묵어 쉽게 떠올릴 수 없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반복되는 일들 때문에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감정도 있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하루를 보내면서 별것 아닌 일이라고 넘겼던 순간들을 돌아보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지나친 담배 연기, 새치기하는 사람의 뒷모습, 인도 위로 달려오는 오토바이,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말 한마디. 그런 장면들이 내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다.










내 안의 화산이 언제, 어떤 이유로 폭발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화산의 표면에는 이미 여러 감정이 끓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들은 멀리 있거나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내가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최근에 마음속 화산이 폭발하신 적이 있으셨나요? 폭발한 감정들을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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