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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SYMBOL, 상징

'나를 그리는 52일'

by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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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표현하는 사물 하나를 그린다면?

집 안이나 주변에서 눈에 보이는 사물 중 하나를 떠올려보세요. 그 사물의 생김새나 쓰임새가 나의 어떤 점과 닮았는지 비교하며 적으면 어렵지 않게 글이 풀립니다.





넘치기 직전의 머그컵


요즘의 나는 물이 가득 찬 도자기 머그컵 같다. 물이 가장자리까지 차올라 찰랑찰랑 흔들리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은 이미 피곤하고,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채운다. 씻고, 밥을 먹고, 밀린 일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이 지나간다. 잠깐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해야 할 일이 떠올라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러다 보면 제대로 쉰 것 같지도 않은데 하루가 끝나 있다.


특별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군가와 심하게 다툰 것도 아니고,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저 평소처럼 하루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여유가 없어졌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평소라면 웃으며 넘겼을 말에도 마음이 걸린다. 답장을 미뤄 둔 메시지 하나, 정리하지 못한 바카라상, 내일로 넘긴 일들이 머릿속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다.


이미 컵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면 먼저 비워야 하는데, 물을 따라내는 일조차 쉽지 않다. 잠깐 멈춰 쉬려고 해도 마음 한쪽에서는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무언가를 내려놓으려고 하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눈에 밟힌다. 비워야 한다는 건 알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계속 들고 있기에도 불안하다. 누군가 무심코 말을 건네거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면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이 출렁이고, 혼자 있고 싶은 날이 늘어난다. 컵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물이 넘칠 것 같은 상태다.


더 곤란한 건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맡은 일을 처리하며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해내고, 누군가에게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반짝이는 도자기 컵은 여전히 제법 근사하다. 그 안에 물이 얼마나 차 있는지, 얼마나 작은 흔들림에도 넘칠 수 있는지는 겉모습만으로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멀쩡한 모습을 유지하는 데에도 힘이 든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해내던 일들이 이제는 조금 버겁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은 날에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 쉬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고, 하루를 마치고 누워서도 오늘 하지 못한 일과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몸은 멈춰 있는데 머릿속은 좀처럼 멈추지 않는다.


요즘 내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사물은 이 머그컵인 것 같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안쪽은 이미 가득 차 있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흔들린다. 아직 넘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넘치지 않도록 버티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이제는 무언가를 더 채우기보다 조금씩 덜어 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모든 일을 멈추거나 쌓인 것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오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내일로 미루고, 답장을 조금 늦게 보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보는 것.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그런 작은 여유일지도 모른다.


아직 넘치지 않았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 컵이 깨지거나 물이 쏟아진 뒤에야 비로소 가득 차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싶지는 않다.









지금의 나는 넘치기 직전의 도자기 머그컵이다.

여전히 제자리에 놓여 있고, 겉으로는 멀쩡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버티기보다,

스스로 컵을 내려놓고 조금씩 비워 낼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여러분은 요즘 상태를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 무엇인지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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