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지거나 꺼지거나: 뉴런

뉴런의 기본 단위는 이진법이다 — 1부

by공인식

주의

이 글은 비전공자의 창의적 해석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신경과학 개념은 구조적 유사성에 근거한 재해석이며, 해당 분야의 엄밀한 적용보다 실용적 이해를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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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에 데이터가 기록되는 방식은 단순하다. 레이저가 디스크 표면에 미세한 홈을 파거나 파지 않는다. 홈이 있으면 0, 없으면 1. 그 반복이 디스크 크기만큼 채워진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 단순한 0과 1의 패턴이 — 교향곡이 되고, 4K 영상이 된다. 기본 단위는 이진법인데, 결과물은 무한히 복잡하다.


우리 뇌도 비슷한 구조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기본 단위 레벨에서는.


뉴런도 0과 1이다

1871년 미국의 생리학자 Henry Pickering Bowditch는 심장 근육을 연구하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자극의 강도를 아무리 높여도 — 근육의 반응 크기가 변하지 않았다. 반응하거나, 반응하지 않거나. 두 가지뿐이었다.


이것이 all-or-none 원리의 시작이다. [1] 이후 1925년 Edgar Adrian이 단일 뉴런에서 이를 직접 측정했고, 193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 1939년 Hodgkin과 Huxley는 오징어 거대 축삭을 이용해 액션 포텐셜의 전압 변화를 측정하면서 이 원리를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규명했다. 1963년 노벨상. [3]


150년에 걸쳐 누적된 관찰이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다. 뉴런의 기본 발화 단위는 이진법에 가깝다. 발화하거나(1) 발화하지 않거나(0).


자극이 강하다고 더 크게 발화하지 않는다. 역치를 넘으면 최대 반응, 넘지 않으면 무반응. DVD가 홈이 있거나 없거나인 것처럼.


그런데 복잡성은 어디서 오는가

뉴런의 기본 단위가 이진법에 가깝다면 — 우리가 경험하는 감정, 기억, 판단의 복잡성은 어디서 오는가.


DVD와 같은 곳에서 온다. 패턴과 네트워크다.


단일 뉴런은 이진법이지만, 뉴런이 얼마나 자주 발화하느냐는 연속값이다. 발화 빈도가 신호의 강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시냅스 — 뉴런과 뉴런 사이의 연결 — 의 강도가 연속값이다. 어떤 연결은 0.1이고, 어떤 연결은 0.9다.


수백억 개의 뉴런이 각자 0/1로 발화하면서, 연결 강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 기억이 되고 감정이 된다. DVD가 0/1의 패턴으로 교향곡을 만드는 것처럼.


2025년 Nature에 게재된 연구는 뇌 영역 간 실제 이진 전송 패턴을 확인했다. 주파수 변조를 통한 0과 1의 디지털 이진 전송이 뇌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 [4] 150년 전에 발견된 원리가 지금도 연구되고 있다.


해마는 인덱서다

복잡성이 패턴에서 온다면 — 그 패턴을 어떻게 저장하고 불러오는가.


기억은 특정 위치에 저장되지 않는다. 뉴런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 강도의 변화로 저장된다. 그리고 분산되어 있다. 대뇌피질 여러 영역에 걸쳐.


그런데 분산 저장이라면 — 어떻게 다시 불러오는가. 여기서 해마가 등장한다.


해마는 기억 내용을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덱스를 저장한다. 대뇌피질에 분산된 기억들을 어떻게 재활성화할지에 대한 연결 정보. 부분적인 입력만 있어도 해마가 전체 패턴을 재구성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5]

Schema Driven Development로 읽으면 — 해마가 스키마를 들고 있고, 데이터는 대뇌피질에 분산 저장된 것이다. 뉴런은 데이터가 지나가는 경로고, 시냅스 연결 강도가 렌더링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이 구조가 소프트웨어에서 먼저 설계된 것이 아니다. 뇌가 먼저였다.


같은 방향을 먼저 다룬 바카라이 있다

이 방향을 먼저 다룬 저서가 있다. 심리학자 Kevin Dutton의 Black-and-White Thinking: The Burden of a Binary Brain in a Complex World(2021)다. [6]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 수백만 년 전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이진법적 뇌를 장착시켰고, 위험 감지에 유리했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Daniel Kahneman이 "놀라운 바카라"이라고 평했고, The New Yorker 올해의 바카라으로 선정됐다.


다루는 방향이 겹친다. 다만 Dutton의 접근은 진화생물학이 기저다. 이분법적 사고가 왜 문제인지,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가 목적이다.


이 글은 다른 기저에서 출발한다. 신경과학의 구조를 개발자 언어로 읽는 것. 그리고 이분법적 충동이 어느 레이어에서 발동하는지를 보는 것. 처방보다 구조가 먼저다.


그러면 한 가지 물음이 남는다

뉴런의 기본 단위가 이진법에 가깝다면 — 우리가 어떤 것을 판단할 때 맞냐 틀리냐로 빠르게 붕괴시키려는 충동이 발생하는 것도, 이 구조의 반영일 수 있지 않을까.


발화하거나 안 하거나. 0이거나 1이거나.


그 충동이 어디서 오는지, 그리고 왜 때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지를 — 2부에서 다룬다.




참고 문헌

[1] Bowditch, H. P. (1871). Über die Eigenthümlichkeiten der Reizbarkeit, welche die Muskelfasern des Herzens zeigen. Berichte über die Verhandlungen der Königlich Sächsischen Gesellschaft der Wissenschaften zu Leipzig.

[2] Adrian, E. D. (1925). The all-or-none principle in nerve. Journal of Physiology, 60(1–2), 49–72.

[3] Hodgkin, A. L., & Huxley, A. F. (1952). A quantitative description of membrane current and its application to conduction and excitation in nerve. Journal of Physiology, 117(4), 500–544.

[4] Rossi, S., et al. (2025). Neural transmission in the wired brain: new insights into an encoding-decoding-based neuronal communication model. Translational Psychiatry, Nature.

[5] Tanaka, K. Z., & McHugh, T. J. (2018). The Hippocampal Engram as a Memory Index. Journal of Experimental Neuroscience, 12.

[6] Dutton, K. (2021). Black-and-White Thinking: The Burden of a Binary Brain in a Complex World. Farrar, Straus and Giro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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