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D가 미국에 와서 발견한 진짜 PB의 힘
마트는 왜 굳이 자기 브랜드의 상품을 만들까?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하다. 이미 세상에는 제품을 잘 만드는 회사가 넘쳐난다. 마트는 그 상품을 가져다 진열하고 팔기만 해도 된다. 그런데 굳이 제조사를 찾아다니고, 상품 스펙을 정하고, 패키지를 만들고, 자기 이름까지 붙여 상품을 출시한다.
우리가 흔히 PB(Private Brand)라고 부르는 상품이다.
한국에서 MD로 일하던 시절,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던 일도 바로 이 PB를 만드는 일이었다. 회사에 입사해 매장 실습을 마치고 처음 본사로 발령받은 곳이 새로운 PB 브랜드를 기획하고 론칭하는 팀이었다. 매일 새로운 제조사를 찾아다니고, 기존 상품의 스펙을 뜯어보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그렇게 만든 상품들은 꽤 잘 팔렸다.
출시하자마자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상품도 있었고, 내가 개발한 한 상품은 큰 판매량을 기록하며 언론 기사에 소개되기도 했다.
당시의 나는 믿었다.
잘 팔리는 PB 상품을 계속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PB 브랜드가 될 수 있을거라고.
하지만 지금, 그 브랜드는 세상에 없다.
개별 상품의 매출은 좋았지만 브랜드 자체는 고객에게 강하게 각인되지 못했다. 결국 몇 년 뒤 회사의 여러 PB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내 MD 생활의 시작을 함께 했던 브랜드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PB를 만들면 유통사에 무엇이 좋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가격과 이익이다.
제조사 브랜드(NB) 상품에는 제조 원가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 브랜드 유지비 등 수많은 부대비용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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