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같이 봅시다!] 2부. 잉글랜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무렵까지, 프리미어리그의 Top 4, 즉 1위부터 4위까지는 빅4라고 불리는 네 팀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는 시기였습니다. 물론 에버턴이 이 균형을 깬 적이 있었지만, 거의 모든 시즌, 우승팀은 아스널 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는 첼시였고, 리버풀을 포함한 네 팀이 1위에서 4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독식했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빅4는 단순히 리그 내 강팀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도 UEFA컵(현재 유로파리그)에 나가도 16강은 물론 8강, 4강 또는 결승에 오르며 유럽 축구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의 등장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를 주도하던 네 팀들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첼시의 경우, 한국에서는 러시아의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공격적인 투자로 갑자기 강팀이 된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로만의 구단 인수 이전부터 런던을 연고로 한 팀 중에서는 아스널과 함께 강호로 분류되던 팀이었습니다. 물론 로만의 투자가 우승권으로 향하는 9부 능선을 넘도록 하는 부스터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첼시는 리그는 물론, FA컵, 리그컵, 챔스 등에서 상위권 경쟁을 하던 팀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첼시의 주축이었던 존 테리와 프랭크 람파드는 로만 이전부터 활약하던 선수들이었지요.
하지만 로만의 경우, 단순히 잉글랜드의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았습니다. 챔스 우승을 목표로 했던 그는 리그 우승의 문턱까지 갔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이후 레스터 시티 감독으로 리그 우승을 하게 됩니다) 대신 포르투갈 리그의 FC 포르투를 이끌고 챔스 우승을 달성한 주제 무리뉴를 감독으로 선임합니다. 무리뉴는 디디에 드로그바, 페트르 체흐는 물론 리카르도 카르발류, 파울루 페헤이라 등 포르투갈 선수들을 영입하며 첼시를 프리미어리그의 우승팀으로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첼시가 우승하기 위한 기반은 사실 무리뉴 부임 이전부터 준비되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를 중심으로 한 리버풀의 경우, 항상 강팀으로 분류되어 있었지만 리그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2001년 FA컵, 리그컵, UEFA컵을 모두 차지하는 컵 트레블을 달성했고, 2005년 이스탄불에서 AC 밀란을 꺾고 챔스 우승, 2006년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 우승은 1990년 이후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2005년 스티븐 제라드는 리그 우승을 위해 첼시 이적을 진지하게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챔스에 꾸준히 진출하고, 우승권에 있다 보니 강팀으로 분류되었겠지만, 리버풀의 경우는 오히려 2020년대 전후가 전성기인 셈이지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프리미어리그의 강팀입니다. 1999년 FA컵,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석권하며 트레블(Treble)을 달성한 이 팀은 2000년대 초반 아스널과 리그를 양분하기도 했습니다. 트레블 당시에는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개리 네빌 등 유스 출신 선수들이 팀의 중심이었고, 이후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리오 퍼디난드,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에버턴에서 웨인 루니를 영입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리그 3연패를 달성했고, 2008년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유럽, 특히 잉글랜드에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온 감독입니다. 선수들의 일정과 식단 관리는 물론, 다양한 포메이션을 활용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 벵거 감독은 1996년 부임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에 밀리던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도록 한 변화를 주도한 감독입니다.
벵거 감독은 부임 당시 물려받은 견고한 수비진, 데이비드 시먼, 토니 아담스, 나이젤 윈터번, 마틴 키언, 리 딕슨, 그리고 스티브 볼드를 중심으로 AC 밀란에서 뛰던 프랑스 출신의 파트리크 비에이라, 마르세유의 로베르 피레스를 영입하고 유벤투스에서 윙포워드로 활약하던 티에리 앙리를 중앙 공격수로 기용하면서 아스널을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리그의 강팀으로 변모시킵니다.
하지만 2004년 무패 우승과 2005년 FA컵 우승 이후 본격화된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프로젝트는 아스널을 빅4의 주연에서 조연의 위치로 밀어내게 됩니다. 경기장 신축으로 재정이 묶인 사이 첼시는 로만의 투자를 바탕으로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이후 가엘 클리시, 바카리 사냐, 사미르 나스리,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월드클래스로 성장한 선수들이 차례로 팀을 떠나며 아스널은 리그 우승 대신 챔스 진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벵거 감독이 첼시를 꾸준히 비판했던 것도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빅4는 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리고 리버풀을 의미합니다.
첼시는 로만 인수 이전부터 강팀이었지만, 로만의 투자와 함께 리그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리버풀은 리그 상위권에 오르고 컵대회와 챔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리그 우승은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없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999년 트레블과 2007~2009년 리그 3연패, 2008년 챔스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프로젝트는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등장하며 아스널이 예상보다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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