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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분데스리가는 왜 아시아 선수를 찾을까?

[프리미어리그, 같이 봅시다!] 1부. 유럽 리그

by민현우

차범근부터 김민재까지


아무래도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럽 축구 리그를 꼽으라면 프리미어리그가 1순위일 겁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경쟁하는 프리미어리그는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럽 진출의 기회를 열어 준 곳은 예상외로 분데스리가입니다.


1980년대 차범근 선수가 활약했던 바이어 레버쿠젠은 2010년대에 손흥민 선수를 함부르크 SV에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구자철, 지동원, 박주호, 이재성, 정우영, 그리고 지금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까지. 분데스리가를 거쳐 간 한국 선수는 스무 명이 넘습니다.




차붐과 손흥민


한국 선수와 분데스리가의 인연은 1978년 차범근 선수로부터 시작됩니다.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뛴 차범근 선수는 1980년 프랑크푸르트, 1988년 레버쿠젠에서 두 차례 UEFA컵(지금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분데스리가 통산 308경기 98골. 대포알 같은 슈팅으로 '차붐'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지금도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선 한국 선수로 남아 있습니다.


차범근 선수가 남긴 건 기록만이 아닙니다. 독일 축구계에 '한국 선수도 통한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이지요. 그로부터 30여 년 뒤, 함부르크 유스 출신의 손흥민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데뷔했고, 레버쿠젠을 거쳐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향합니다. 차범근 선수가 개척한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셈입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1970년대 말 FC 쾰른에서 뛴 오쿠데라 야스히코를 시작으로, 도르트문트의 가가와 신지, 볼프스부르크의 하세베 마코토, 그리고 4편에서 이야기한 올리버 글라스너 감독(전 크리스털 팰리스, 현 노팅엄 포레스트)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가마다 다이치까지, 수많은 일본 선수가 분데스리가를 무대로 성장했습니다.




왜 분데스리가일까?


그렇다면 아시아 선수들은 왜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분데스리가로 향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영국의 취업 허가 제도입니다.


유럽연합(EU) 밖의 선수가 영국에서 뛰려면 취업 허가, 즉 워크 퍼밋을 받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소속 국가의 FIFA 랭킹이 일정 수준 이상이고, 최근 A매치에 일정 비율 이상 출전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가대표 경력, 소속 리그 수준, 출전 시간 등을 점수로 매기는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국제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가 이 기준을 충족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아시아의 유망주들이 K리그나 J리그에서 바로 프리미어리그로 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반면 분데스리가는 EU 밖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습니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라면 출신 지역에 관계없이 영입해 가능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인 셈이지요.




분데스리가 구단의 운영 모델


두 번째 이유는 돈입니다. 7편에서 이야기했듯 프리미어리그 팀들은 막대한 중계권 수입을 바탕으로 이적 시장에서 큰돈을 씁니다. 분데스리가도 유럽 5대 리그이지만, 중계권 수입은 프리미어리그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그만큼 구단이 쓸 수 있는 돈도 적습니다.


여기에 ‘50+1 규정'이라는 독특한 제도도 있습니다. 구단 의결권의 과반을 팬과 회원이 가져야 한다는 규정으로, 첼시나 맨체스터 시티처럼 한 명의 구단주가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걸 막는 장치입니다. 덕분에 분데스리가는 팬 중심의 건강한 리그로 평가받지만, 그만큼 구단들이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적입니다.


그래서 분데스리가 팀들은 유망주를 영입해 키운 뒤, 바이에른 뮌헨 같은 리그 내 강팀이나 프리미어리그 팀에 매각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분데스리가 입장에서 기본기가 튼튼하고 성실한 아시아 선수들은 이런 전략에 딱 맞는 선수들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로 향하는 디딤돌


그렇다 보니 분데스리가는 아시아 선수들에게 프리미어리그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손흥민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가가와 신지는 도르트문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엔도 와타루는 슈투트가르트에서 리버풀로 향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쌓고 국제 무대 경험을 얻게 되면, 영국의 취업 허가 기준도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었습니다.


분데스리가 구단들에도 손해 보는 구조는 아닙니다. 꾸준히 유망주를 영입하고 육성해 팀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성장한 선수를 매각해 금전적 보상까지 얻을 수 있으니까요.




정리


역사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럽 진출의 기회를 열어 준 곳은 분데스리가입니다. 한국 선수와 분데스리가의 인연은 1978년 차범근 선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EU 밖 선수 영입에 대한 분데스리가의 제약이 프리미어리그보다 유연하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가능성만 보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중계권 수입이 프리미어리그보다 훨씬 적은 분데스리가 팀들은 아무래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해 다른 팀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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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와 서울을 거쳐, 지금은 런던에서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프로덕트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찾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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