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챔스, 그리고 벵거의 ‘4위 트로피’

[프리미어리그, 같이 봅시다!] 1부. 유럽 리그

by민현우

벵거의 4위 ‘트로피’


2012년 2월, 아스널은 최악의 일주일을 보냅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AC 밀란에 0-4로 대패했고, 며칠 뒤에는 FA컵 5라운드에서 선덜랜드에 져 탈락했습니다. 2005년 FA컵 우승 이후 7시즌 연속 무관이 사실상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경기 뒤, 아르센 벵거 감독의 입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말이 나옵니다.


"첫 번째 트로피는 4위 안에 드는 것이다."


저를 포함한 많은 아스널 팬들이 이 말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시즌 전에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가엘 클리시가 한꺼번에 팀을 떠났고, 8월에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2-8로 지는 굴욕까지 겪었습니다. 리그 우승 경쟁은 맨체스터의 두 팀 몫이었고,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은 3위를 달리며 아스널을 한참 앞서 있었습니다. 우승은커녕 4위를 '트로피'라고 부르는 감독의 목표는 너무나도 소박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즌의 결말은 4위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아스널은 막판 반등에 성공해 3위로 시즌을 마쳤고, 토트넘은 4위를 했습니다.

그런데 리그 6위였던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합니다.


당시 규정상 프리미어리그에 허용된 챔스 출전권은 최대 4장이었기 때문에, 우승팀 첼시에게 자리를 내준 건 4위 토트넘이었습니다. 토트넘은 4위를 하고도 챔스에 나가지 못한 것이죠. 앞서 이야기한 출전권 규칙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벵거의 4위 발언에 실망했던 건 당시 아스널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저의 무지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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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와 서울을 거쳐, 지금은 런던에서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프로덕트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찾아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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