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일까? 향기일까?
가죽나무 작은 잎 밑부분에는 큰 톱니가 있고, 그 끝에는 냄새를 내는 샘점이 있다고 합니다.
궁금해서 손가락으로 살짝 비벼 냄새를 맡아보았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구수한 옛날 ‘원기소’ 냄새가 났습니다.
저는 그 냄새가 좋았습니다. 제가 이상한 걸까요?
하긴 저는 고수도 좋아하고, 푹 삭힌 홍어도 좋아하며, 잘 익은 두리안도 즐깁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그 냄새와 맛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호기심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낯선 맛과 냄새를 하나씩 이해하다 보니 어느새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취향이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 낯섦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넓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친김에 제 비서인 ai에게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소개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 청국장 : 한국볏짚·암모니아를 연상시키는 강한 발효 향. 맛은 구수하고 깊습니다.
•삭힌 홍어회: 홍어 자체의 요소가 효소와 미생물 작용으로 분해되면서 암모니아가 생성되는 알칼리성 숙성식품
• 낫토 : 일본청국장과 비슷하지만 끈적한 실과 특유의 발효 향이 강합니다.
• 쿠사야 : 일본 이즈제도생선을 대대로 이어온 발효액에 담가 말린 음식. 굽는 순간 냄새가 폭발하지만 맛은 짭짤하고 감칠맛이 납니다.
• 취두부(臭豆腐) : 중국·대만이름 그대로 ‘냄새나는 두부’. 하수구나 오래된 치즈 같은 향이 나지만, 튀기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습니다.
• 피단(皮蛋) : 송화단이라고도 하며 중국오리알 등을 숙성한 음식. 암모니아와 유황을 연상시키는 향이 나며,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납니다.
• 수르스트뢰밍 : 스웨덴발효 청어 통조림. 썩은 달걀과 강한 생선 냄새가 섞여 있어 보통 야외에서 개봉합니다.
• 하카를(Hákarl) : 아이슬란드상어고기를 발효·건조한 음식.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로 유명합니다.
• 에푸아스 치즈 : 프랑스 젖은 양말이나 축축한 헛간을 연상시키는 강한 냄새가 나지만, 속은 크림처럼 부드럽고 풍미가 깊습니다.
• 림버거 치즈 : 벨기에·독일권발 냄새와 비슷하다고 알려진 치즈. 냄새에 비해 맛은 부드럽고 고소합니다.
• 페타이(Petai) : 동남아시아‘스팅크 빈’이라 불리는 콩. 마늘과 유황을 섞은 듯한 향이 나며, 먹은 뒤 소변에서도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 젠콜(Jengkol) : 인도네시아페타이보다도 묵직한 유황 냄새를 내는 열매. 쫄깃하고 고소해 현지에서는 별미로 먹습니다.
• 두부유(腐乳) : 중국두부를 발효한 음식으로 ‘중국식 치즈’라고도 합니다. 쿰쿰하고 짭짤해서 죽이나 밥에 조금씩 곁들입니다.
AI는 제게 이런 음식들을 권했습니다.
“웅토닌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순서는 취두부, 쿠사야, 에푸아스 치즈, 페타이입니다. 홍어의 발효 향을 즐긴다면 취두부와 쿠사야가, 두리안을 좋아한다면 페타이와 젠콜이 흥미로울 겁니다.”
냄새가 강한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단백질이나 지방이 발효·숙성되는 과정에서 황화합물과 암모니아, 유기산 같은 향기 성분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뇌가 이를 ‘상한 냄새’로 여기며 경계하지만, 안전한 음식이라는 경험이 쌓이면 그 냄새 속에 숨어 있는 구수함과 감칠맛을 차츰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저는 이상한 미각의 소유자가 아니었습니다.
낯선 냄새를 호기심으로 만나고, 이해를 통해 풍미로 받아들이는 ‘학습하는 미각’의 소유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