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라는 매립지에서 잠이 쏟아지다
어느새 길어버린 머리칼 사이로 바람이 스며든다.
실컷 자고 일어났음에도 잠이 쏟아지는 이유를 생각한다. 내가 잠을 잘동안 쏟아져 들어온 문자들을 확인한다. 여권 만료기일이 다가오니 새로운 여권을 만들라는 문자,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는 누나의 문자,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말하는 지인들의 문자.
나는 잠이 쏟아진다. 가장 편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잠.
밤의 가장 깊은 문이 열리면 국경 없는 대륙으로 걸어 들어간다.
하루 동안 짊어졌던 이름과 낡은 번호판, 타인의 눈빛에 맞추어 연기하던 신발을 침대 밑에 가지런히 벗어놓는다.
잠은 영혼의 오래된 허물 매립지이며,
그곳에서는 낮의 언어가 비를 맞아 무너지고 유기된 기호들이 상형문자처럼 부유한다. 유년의 죽은 개가 다가와 목덜미를 핥고 오래전 헤어진 이의 목소리가 열린 창문 너머의 소금처럼 흩어진다.
눈꺼풀이라는 가볍고 무거운 장막 하나로 스스로의 가장 깊은 유배지가 된다.
호흡은 천천히 동굴의 음향을 닮아가고 심장은 낯선 행성의 시간표대로 뛴다. 그곳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자신과 묵묵히 평화협정을 맺는다.
모든 빛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도착하는 영원의 작은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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