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여덟 마리

한옥의 문에 기대어 전깃줄에 앉은 참새를 새어보다

by구시안
구시안삼청동.jpg


아침 나절 사람이 없는 미술관을 가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선다. 그림을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은 미술관의 오픈 시간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길을 나선 이유에 삼청동의 한옥길을 선택하여 잠시 걸었다. 따뜻한 모닝커피 생각에 무심히 앉게 된 카페 창밖 전깃줄에 묘한 것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낮의 태양이 한옥의 기와 지붕 위로 눈부신 백색의 조명을 비추는 시각, 고요히 잦아든 마당 한켠의 공기 중에서 마법 같은 일시정지가 일어난다. 처마 끝을 비껴 나가 하늘의 푸른 여백을 가로지르는 검은 전깃줄 위, 보기 드문 찰나의 기적이 눈앞에 스며든다.


그곳에 참새 여덟 마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둥글둥글한 털 안에 얼마나 촘촘한 토실토실한 살들이 숨겨져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 먹고 사는 모습이다.


여덟이라는 숫자는 지상에서 완결과 영원을 뜻하는 기하학적 형상이지만, 이 작은 날개들에게 그것은 그저 조용히 깃을 접어둔 무게 없는 존재들의 집합일 뿐이다. 낮 동안 세상을 어지럽히던 번잡한 소란도, 먹이를 찾아 자갈밭을 거닐던 분주한 풋걸음도 이 한 줄의 가느다란 궤적 위에서는 까맣게 잊혀진다. 처마 밑으로 떨어진 그늘과 햇살이 교차하는 경계선상에서, 여덟 개의 작은 온기들은 지상의 모든 중력을 털어내고 낮의 한가운데에 고요한 쉼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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