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지 못하는 존재들의 긴 활강(滑降)
빛이 쓰다듬어도 온기를 넘겨주지 못하고 바람이 스쳐도 서늘한 흔적조차 맺히지 않는다. 세계와 나 사이에 놓인 문장들이 모두 미끄러운 빙판처럼 언어를 밀어내고 있다. 잡으려 손을 뻗으면 사물은 닿기도 전에 지평선 너머로 미끄러지고 내가 밀어내려 했던 슬픔조차 피부 표면에서 무마찰의 곡선을 그리며 떨어져 나간다.
거칠었던 시간의 감촉, 손바닥에 새겨졌던 깊은 굳은살과 누군가의 체온이 남기고 간 뭉클한 자국들. 저항이 있던 시절엔 상처도 흉터도 무게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어떤 엇갈림조차 내게 인장을 새기지 못한다.
부딪쳐 꺾이는 소리가 사라진 세계, 저항을 잃은 살갗은 끝없는 평면이 되어 공기 중의 먼지 하나조차 끌어안지 못한다.
미끄러짐이라는 절대의 고요. 너를 만지기 위해 내가 바쳐야 했던 것은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던 그 작은 거칠음이었나.
충돌하지 않으므로 부서지지도 않지만
스치지 못하므로 나라는 존재는 점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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