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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시선의 바깥, 그 흔한 호기심

by구시안
관찰 구시안.png


사람을 관찰한다는 것은 그가 보여 주는 것을 보는 일이 아니라, 보여 주지 않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의 방향을 알아차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는 한 사람의 얼굴보다 그가 침묵하는 순간을 오래 바라보았다. 대답을 고르는 동안 잠시 흔들리는 눈동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만들기 위해 조금 늦게 움직이는 입술, 이미 끝난 이야기를 굳이 다른 말로 되돌려 놓는 버릇. 그런 것들은 대개 자신이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에게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감정은 언어를 통과하면서 얼마든지 다른 이름을 얻지만, 몸은 자신이 살아낸 시간까지 완벽하게 부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래 바라본다고 해서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관찰이 깊어질수록 확신은 조금씩 자리를 잃었다. 내가 발견했다고 믿었던 것은 그 사람의 본모습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나의 습관이 만들어 낸 윤곽일 수도 있었다. 어떤 표정은 죄바카라감으로 보였고, 어떤 침묵은 경멸처럼 느껴졌으며, 설명되지 않는 친절에는 반드시 감춰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대의 내면을 들여다본다고 믿으면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의심을 그 사람의 얼굴 위에 하나씩 올려놓고 있었다.


유리창을 오래 바라보면 바깥의 풍경과 실내의 사물이 한 화면에 겹쳐진다. 어디까지가 거리의 나무이고 어디부터가 방 안의 그림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순간이 있다. 사람을 바라보는 일도 그와 비슷하다. 타인의 표정에는 그 사람의 과거뿐 아니라 나의 기억이 함께 비치고, 그의 말에는 그가 실제로 말한 내용만큼이나 내가 듣고 싶었던 대답이 섞여 들어간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말할 때조차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그를 옮겨 놓는다.


그렇다면 관찰의 윤리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어쩌면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이 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타인의 침묵을 함부로 해석하지 않는 것, 설명되지 않는 부분을 거짓으로 단정하지 않는 것, 내가 알아낸 몇 가지 사실로 한 사람의 전부를 소유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 이해란 감춰진 것을 모두 밝혀내는 일이 아니라, 끝내 밝혀지지 않는 부분까지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 두는 일이기도 하다.


나는 다시 사람들을 바라본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등을 돌리며, 누군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하루를 살아간다. 그들의 행동에는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고, 그 사정에는 내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시간이 있다. 나는 그 앞에서 더 이상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으려 한다. 눈앞의 장면을 하나의 증거로 만들기 전에, 내가 무엇을 보고 있으며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먼저 살펴본다.


관찰은 세계를 해석하는 기술이기 이전에 자신의 시선을 의심하는 태도인지 모른다.

우리가 끝내 알아내지 못하는 것은 타인의 비밀만이 아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우리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덧붙이고 지워 내는지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람을 오래 바라보되, 그를 안다고 말하는 일에는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쓰기로 한다.

세상에는 눈앞에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고, 분명히 보았으면서도 끝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둘 사이에 머무는 시간, 섣부른 판단이 침묵으로 돌아가고 확신이 조심스러운 질문으로 바뀌는 순간.

어쩌면 관찰이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는 일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감추고 싶은 것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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