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블루 : Cobalt Blue

타오른 끝에서 발견한 가장 깊은 푸름

by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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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슨 색을 좋아하니?


나? 코발트 블루(Cobalt Blue).


푸른 빛의 종착지이자 시초인 코발트 블루는 단순한 안료의 범주를 넘어, 인류가 아득한 도상(圖像)의 역사 속에서 포착해 낸 비시각적인 심연이며 가장 물리적인 구현일지도 모른다. 어렵게 말하는 거 같지만 나에게는 적어도 그렇다. 이 색의 정보력 만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만큼 가장 사랑하게 된 색이기 때문이다.


화학적으로 코발트산 알루미늄이라는 견고한 결정 구조를 지닌 이 색채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사라진 것들보다 많다. 실험실에 정제되기 이전 부터 이미 유리의 침묵 속에서 도자기의 뜨거운 화염속에서 숨죽여 존재해왔다. 그것은 빛을 반사하는 물질이라기 보다 스스로 빛을 음미하여 가장 맑은 파장만을 잔여물로 남겨놓은 유전적 고결함을 지니고 있다.


울트라마린이 청금석의 입자마다 품고 있는 이국적인 서사와 천상의 온화함을 대변한다면, 코발트 블루는 보다 날카롭고 절제된 절대성을 띠고 있다. 프러시안 블루의 차가운 인공성이나 인디고의 서민적인 스며듦과도 달리하는 오묘한, 나의 오른쪽 가슴에도 문신으로 박혀있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코발트 블루다.


불변.

원초적 고독.

그리고 내가 신나게 옷을 만들어 팔던 시절, 무엇을 만들어도 드럽게 안팔리던 색(色).

늘 검정과 흰색 사이에 덩그라니 놓여 외면을 받은 색.

소외스러워 보이고 외딴 꿈에 그리던 '섬' 같기도 한 색.


산화물 상태의 코발트는 모태가 되는 화연의 고온을 견뎌낸 뒤에야 비로소 그 본연의 기막힌 푸른빛을 완성해 낸다. 이 색채가 품은 서늘함은 차가움에서 유래한 것이아니라, 극렬한 열기가 태워버린 사리(舍利)와 같은 결과물이다.


타오름의 끝에서 도달한 정적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목도하는 일처럼 느껴지며 계속 보게 되는 색이 나에게는 코발트 블루다.

사람의 마음이 있다면 이런 색이지 않을까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낮의 명랑함도 밤의 완전한 소멸도 아닌, 영원히 붕괴하지 안흔 절대적인 고요의 상징처럼 내 가슴속에 칠해져 있다. 미학자들의 붓 끝에서 코발트 블루가 칠해질 때, 옷으로 만들어 완성 되었을 때의 색은 오묘하다.


마치 무한을 향해 열린 창처럼 느껴진다.

담도 없고

벽도 없는

가장 평화로운 수평선 같다.


나는 답답할 때마다 머리에 이 색을 쓰고 다닌다. 비니를 좋아하기도 하고

열일하는

열불나는

두 발에 신어주기도 한다.


잊었다고 믿었던 것들의 색. 나는 한때 파란색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면 코발트 블루였다.


파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깊고, 남색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맑았다. 빛을 받으면 선명해졌고, 어둠 속에서는 말없이 가라앉았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끝을 알 수 없는 색이었다.


깊은 밤이 들려주는 서늘한 숨소리.

연금술사의 손끝에서 태어난 물감 하나.

붉음도 초록도 섞이지 못한 채

가장 순수한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았다.


밤 고흐가 베어 물었던 밤하늘의 물직함.

바다의 최심부보다 짙고 외로운 언어.

누군가를 바라보는 동안

시선의 빛조차 그 깊이 속으로 가라앉는다.


지워지지 않는 내광성으로 가장 오래 남을 기억의 색을 말하라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코발트 블루를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사람의 마음의 색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묘하고

아득하고

현묘하며

심오하고

그윽하다.


빛과 어둠이 서로를 감싸 안는 경계 같았다.

말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그윽한 분위기가 바카라장을 넘기는 모든 문장 사이에 짙게 고여 있는 밤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