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고단한 분주함이 나를 키워냈음을 -
유독 가슴이 아린 단어가 있다.
‘바쁘다.’
나는 이 단어를 보면 친정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두운 새벽 조용한 현관문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오면 엄마의 아침이 시작됐었다. 가족의 단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엄마의 아침은 그렇게 조심스러운 고요함이었다. 그러나 집을 나선 순간 엄마의 삶은 돌변한다. 바쁘고 소란스럽게.
집 근처에 사업장이 있어서 곧장 그곳으로 출근하셨고, 우리 남매가 학교에 갈 시간이 되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침을 챙겨주시고 또다시 출근을 하셨다.
이렇게 어릴 적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늘 바쁘셨다. 엄마가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차를 마시는 모습, 여행을 다닌 기억은 없었다. 그저 하루를 정리하는 잠깐의 저녁 시간을 제외하고는 엄마는 매 순간 움직이고 또 움직이고 계셨다.
반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 집은 아침과는 또 다른 모습이 된다. 온종일 바쁘던 엄마의 움직임이 둔해지기에. 그러면 엄마와 함께 움직이던 시곗바늘마저 졸린 듯 느려진다. 우리 집은 마침내 고요함 속으로 들어간다. 엄마는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바느질을 하면서도, 돈을 정산하면서도 순간순간 잘도 잠에 빠져 드셨다.
하루는 숙제를 마치고 거실로 나와 만화영화를 보고 있었다.
타다타닥, 타닥타닥.
엄마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 쓰였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혼나면 마저 보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몰라.’
나는 리모컨을 찾아 볼륨을 조금씩 키우면서, 소심한 반항을 할 뿐이었다. 만화에 집중하는 사이, 어느 순간 소리가 사라졌음을 느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애써 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마술봉을 휘두르며 공주로 변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집중하고 싶었다.
“쿵!”
묵직한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재빨리 몸을 돌렸다.
엄마였다. 엄마는 순간 졸다가 뒤로 넘어지셨고, 머리를 부딪혔던 것. 본인의 머리를 만지며 민망한 표정으로 아파하고 계셨다.
“아프네. 졸다가 넘어졌어.”
“엄마.”
“오늘은 많이 졸리네. 자야겠다. 너도 얼른 정리하고 자라. 내일 학교 가려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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